도원 스님
(원주 성문사 주지, 창원 원흥사 10월 10일 법문)


오늘 여러 신도님들과 함께 부처님 말씀을 나누게 된 것을 대단히 뜻 깊은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 불법은 너무나 소중하고, 만나기가 참 어렵습니다. 평소에 복을 많이 지은 사람이라야 부처님 법을 만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자리에 앉아 계신 신도님들은 나 혼자 잘 되려고 절에 오시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특히 보살님들은 남편도 건강하고, 자식들도 공부 잘하고, 하는 일 마다 다 순조롭길 바라시지요? 이렇게 부처님께 바라는 소원이 많죠? 어떤 분들은 점잖게 “나는 부처님께 절할 적에 바라는 게 하나도 없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소원이 가슴 한편에 있을 겁니다.

상월원각대조사님은 살아생전 “망망대해에 배를 저어나가는 데 목적지가 분명해야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목적지가 바로 자기 소원이에요. 소원을 정해 놓고 수행과 기도를 하면 그건 반드시 이뤄집니다. 그런데 소원이 없으면 그 배가 어디로 갈지 몰라요. 갈팡질팡 하죠. 소원은 분명해야 해요. 대조사님은 집안 식구 중에 한 사람이라도 부처님을 제대로 믿으면 그 집안 식구 전체가 다 부처님 구제를 받는다고 하셨어요.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열심히 기도하면 집안 모든 가족들이 다 잘 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 자리 여러분한테 책임이 있는 것 맞지요? 그러니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부처님 법을 잘 닦아야 합니다.

상월원각대조사님께서는 “부처님 도량은 이고득락(離苦得樂)하는 곳”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전생에 지은 복이 없어서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 고통 받는 사람들이 부처님 도량을 찾아와서 업장소멸하고 복을 닦아서 현생ㆍ내생의 소원을 다 이루고 한량 없이 복되고 귀하게 되는 자리를 ‘이고득락’이라 합니다. 대부분 다 이렇게 되길 바라고 절에 옵니다. 부처님 도량이 이고득락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곳입니다. 부처님 도량은 또 내 업장을 소멸해 앞길을 열어주고, 시간이 흐를수록 복되고 귀하게 만들어주는 곳입니다. 이런 도량에 우리가 찾아와서 부처님 말씀을 듣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러분들은 엄청난 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대조사님은 “어떤 사람이 법당에 들어오려고 법당 문을 열고나서 한 발은 법당 안에 딛고, 한 발은 밖에 두고 들어갈까 말까를 한다면 이 사람에게 부처님은 절대로 가피를 내려 주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두 발을 완전하게 법당 안에 들여놨을 때 부처님의 가피가 내려진다고 하셨습니다. 또 대조사님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겉모습도 깨끗하고 마음자리도 깨끗한 청정한 마음자리와 그 신행을 강조하신 겁니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게 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가 이 자리에 앉아서 법문을 듣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부처님 법을 듣고 내 마음이 반신반의하고, 의심하면서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2대 대충대종사님께서 자주 하신 말씀이 “반쪽짜리 마음을 쓰지 마라”입니다. 어떤 사람은 절에 푹 빠지면 안 되니 적당히 하라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매사에 다하는 마음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기도를 해야 합니다. 내가 관세음보살님을 한 번 부르든, 두 번 부르든 내가 부른 건 내 속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절대로 어디가지 않아요.

내 몸은 고깃덩어리에 불과합니다. 몸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뿐이지, 모든 일이 마음에서부터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속에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좋은 마음을 쓸 수 있도록 항상 수행정진을 해서 마음뿌리를 굳건히 해야 합니다. 천태종의 경우, 그 방법으로 관음정진을 권합니다. 그런데 이 관음정진도 한마디를 하더라도 내 입에서 직접 소리가 나와야 됩니다. 시늉만 하는 것은 그냥 껍데기 신행일 뿐이에요. 한마디를 해도 내 입에서 관세음보살 소리가 자꾸자꾸 나오게 된다면 거기서 바로 공덕이 쌓이고 복이 쌓이는 것이고, 몸이 힘들어도 그 생각을 눌러 가면서 꾸역꾸역 참고 신행기도를 하는 그 자체가 수행이고 복이 되는 것입니다. 그만두고 싶은 걸 이겨 내면서 노력하기 때문이죠. 나이가 많아도 내가 한 글자라도 더 들여다보고, 글자가 안 보인다면 안경을 쓰고, 그것도 힘들다면 절에 나와 빗자루질, 걸레질 한 번 더하면 그것이 수행이요, 공덕이 되는 것이며 내 복 짓는 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짓는 복은 반드시 다음 생에 그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올린다는 생각으로 법회에 참석하고 기도한다면 알게 모르게 공덕이 쌓여 여러분들이 원하는 소원이 다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오랜 세월 변하지 않고 꾸준히 신행을 닦아 모든 신도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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