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대화ㆍ공감통해 가능해요” 

 

우리나라는 11년째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8.7명으로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더 큰 문제는 그 중에 청소년의 자살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청소년 자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강민수 씨다. 대학시절 한의학을 전공하고 의과대학에 진학한 그는 뉴스와 신문에서 갈수록 자살률이 증가한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자살예방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전국의대생 연합모임 ‘메디키퍼(Medikeeper)’를 알게 돼 활동을 시작했다.

“‘메디키퍼’라는 단어가 생소하죠? 전국 의대생들이 모여 자살이라는 사회문제에 대응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에요. 메디키퍼라는 이름은 메디컬(medical)과 게이트키퍼(gatekeeper, 자살 위험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해 전문기관의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 및 지원하는 사람)의 합성어로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하는 의대생을 말해요.”

현재 메디키퍼 3기로 활동하는 회원수는 253명. 이들 중에서 강 씨는 ‘불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그래서 그는 자살예방 교육이 있을 때면 집 근처 사찰에 들러 108배를 올린 뒤 광명진언을 암송하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래야 봉사에 집중해서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교와의 인연으로 올해 초부터는 청소년 자살예방과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해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발대한 자원활동가 모임 ‘따숨’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 달에 1~2회씩 중ㆍ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학교를 방문해 자살예방과 생명존중 확산에 대한 교육을 해요. 외부활동으로는 현수막과 피켓, 어깨띠를 만들어 거리캠페인도 하고 각종 축제 때는 체험부스를 운영해 생명존중 사진 및 자살예방 자료 전시를 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메디키퍼의 활동은 다소 미약해 보이지만 정서적으로 힘들고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그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학생들을 만나 자살예방 교육을 하면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를 조기에 인지하고 그에 맞는 도움을 줄 수 있어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어요. 자살을 시도하려는 청소년들은 자살 전에 자신의 자살 의도를 직·간접적으로 알려요. 무의식중에라도 주변에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거든요. 이때 주위의 작은 관심으로 구조 신호를 알아차린다면 위기를 넘길 수 있어요.”

이렇듯 강민수 씨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위로하고 격려해주면 마음에 담아둔 것이 풀릴 수 있는데, 혼자만 속으로 앓기 때문에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진심을 다해 환자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의사가 되고자 마음을 먹었다.

“예비 의사로서 단순히 질병만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대화와 공감을 통해 마음까지 치료하는 진정한 의사가 되고 싶어요. 지금의 활동이 자살률을 낮추는 데 큰 영향을 끼칠 순 없겠지만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도와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그리고 언젠가는 메디키퍼가 필요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자살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전해져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 강민수 씨가 메디키퍼 회원들과 아이들에게 자살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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