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의 번뇌와 성찰, 그 속의 나



대학로 ‘김동수 플레이하우스'서 7월9일까지

 

불자들이 절간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장소는 바로 선방이다. 외인의 출입을 금하는 그곳에도 참선 중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가 있으니 바로 ‘지대방'이다. 지대방에는 왠지 재미난 얘깃거리가 가득 쌓여있을 듯하다. 이런 불자들의 호기심을 풀어줄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조계사 주지 원담 스님이 극본을 쓴 ‘지대방'이 바로 그것.

이 연극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모두 다섯 명. 삭발하고, 잿빛 승복을 걸친 외양은 비슷하지만 성격은 각양각색이다. 인생을 달관한 듯 보이는 노장 허운, 깨달음을 위해 자신을 옥죄는 혜산, 깨침보다는 아직도 어머니가 그리운 돈조, 6년 무문관 수행 중인 도문 스님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우직한 우지 스님까지.

이들이 선방에 머무는 이유는 모두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다. 하지만 수행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각기 다르다. 선방 생활도 개성이 넘친다. 혜산 스님은 겨울 포행 후 몸져누워서도 깨달음을 갈구하고, 돈조 스님은 아픈 도반을 위해 미음을 쑨다. 또 허운 스님은 해제 전날 보련암에서 솔차를 훔쳐와 해제를 자축하고, 도문 스님을 만나러 온 우지 스님은 노장 허운과 돈조 스님의 꼬임에 빠져 화엄경(고스톱) 법회를 연다.

연극은 지루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관객의 배꼽이 빠지도록 웃음을 안겨준다. 무문관 들었던 도문 스님이 사라지고 혜산 스님이 입관을 할 때는 긴장과 경외감도 느껴진다. 하지만지대방에서 들고 나와야 할 화두는 솔차를 내온 다반에 놓인 빈 찻잔에 담겨있는 듯하다. 자문해보자 나는 달을 보았는가, 손가락만 보았는가.

서울 대학로 김동수플레이하우스에서 7월9일까지 공연한다. 02)3443-1010  www.cheonji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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