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ㆍ끈기로 배운 대금, 연주로 봉사하고 파”

▲ 한국불교대학대관음사 구미도량 대금소리 회원들이 대금 연습을 하고 있다.

“악기를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바람과 파도가 잔다.”

고려시대 일연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 제2권 ‘만파식적조’와 유학자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 ‘악지’에 실린 ‘만파식적(萬波息笛)’에 관한 기록이다. 전설 속의 만파식적은 대금의 기원과 관련이 있는 악기로 알려져 있다. 대금의 독특한 고음 소리에 대해 혹자는 ‘귀신을 부르는 소리’라고 부정적으로 말하지만, 반대로 ‘귀신들을 천상으로 인도하는 소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에 대금소리는 죽은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불교에서 행하는 의식인 천도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리일 수도 있다.

9월 14일 대금소리에 흠뻑 빠져 대금을 배우고 연주하는 한국불교대학대관음사 구미도량의 대금 신행단체 ‘대금소리’를 찾았다.

구미도량 입구에 들어서자 멀리서 대금 소리가 들렸다. 전문가들의 멋들어진 연주는 아니었지만, 음을 찾기 위해 열심히 연습을 하는 소리였다. 소리가 흘러나오는 법당으로 들어가자 여느 신행단체와는 다르게 적은 수의 회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송정희 대금소리 회장은 웃으며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아 회원수가 적다”고 멋쩍어했다.

대금소리는 송 회장의 주도로 2013년 8월에 창단했다. 대금소리를 좋아해 대금을 배우고 싶었던 송 회장은 본인과 같은 생각을 하는 신도 3명과 함께 대금소리를 만들었다. 현재는 7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단체의 이름은 회원들의 “우리 다음 주에도 대금소리(연습) 하나?”라는 말에 힌트를 얻어 ‘대금소리’로 짓게 됐다고 했다.

연습은 강사와 회원 1대1 개인지도로 진행되고 있다. 대금소리를 내는 법부터 시작해 단계별로 올라간다. 회원들이 같은 날 가입을 해도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수업을 할 수 없다. 또 음에 맞는 소리를 내기까지 적어도 3~4개월이 걸린다. 그만큼 대금은 끈기를 가지고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를 하는 회원도 많다고 했다. 연습을 하는 회원들은 스스로 소리를 내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질문을 한다. 그러면 강사가 직접 대금소리를 들려주면서틀린 점을 지적해 주고,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소리가 나는지를 설명해 준다.

대금소리 회원들은 한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바로 정기연주와 소리봉사. 창단 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공연을 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올해 백중 때 공연을 할 계획이었지만, 회의 결과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져야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와 연기 했다. 송 회장은 “부처님오신날, 백중 등 사찰 행사는 많기 때문에 연습을 통해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춰 완벽한 소리를 보여 줄 것”이라며 “공연 뿐 아니라 사찰 행사 때 소리봉사를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금소리의 한 회원은 그 음에 맞는 소리를 찾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전에 그만뒀겠지만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결국에는 소리를 찾았다. 대금에 대한 이들의 열정이 켜켜이 쌓여 머지않아 그들이 바라는 훌륭한 공연을 통해 멋진 대금소리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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