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사회의 중요한 과제는 소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화해와 협력이 중요시되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성과를 거두려면 무엇보다 인간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 것인가가 ‘아젠다’가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는 대화를 통해 형성되고 유지됩니다. 대화가 원만히 이루어져야만 소통이 가능하므로 대화는 인간관계의 중요한 자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통에 주력한 기업들이 수익창출을 높이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여행사 하나투어는 직원들과 임원간 소통창구인 ‘하나발전협의회’를 통해 직원과 회사가 서로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남동발전은 ‘벽 허물기 주간행사’로 다양한 직급 직군 간 장벽을 없애 고유의 소통문화를 만드는 데 큰 성과를 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통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을 뿐 아니라 건전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주효한 기능인 것입니다.

소통이 중요시될수록 대화법 또한 중요한 수단으로 강조되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상입니다. 대화란 단순히 말이 아닙니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 벤 존슨(1572~1637)은 “말을 하는 것과 말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바보는 지껄이고 현명한 자는 생각을 전달한다”고 했습니다. 벤 존슨의 말처럼 훌륭한 대화는 단순한 언어의 교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전달과 교류에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34대 대통령이었던 아이젠하워(1890~1969)가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이젠하워가 신입생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너는 명예로운 사관생도라기보다 시시한 이발장이 같은 녀석이다. 어떻게 이렇게 부주의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신입생이 어깨를 탁 펴며 큰 소리로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네, 선배님! 저는 이발사였습니다. 제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이발사로서 가족들을 부양해 왔습니다.” 아이젠하워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남의 생계를 모욕하고 무시한 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했습니다. 아이젠하워는 이후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모욕하는 언행을 삼갔습니다.

남의 허물에 대해서 말할 때도 슬기로운 대화법이 요구됩니다. 이에 대해 〈잡아함경〉 18권 〈거죄경(擧罪經)〉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장로 사리풋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비구로서 남의 허물을 들추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선 다섯 가지를 갖춰야 한다. 첫째는 반드시 사실이어야 하고, 둘째는 말할 때를 알아야 하고, 셋째는 이치에 합당해야 하며, 넷째는 부드럽게 말해야 하며, 다섯째는 자비심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나 진실한 말을 했는데도 성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어찌해야 합니까?”

“그에게 그것이 사실이며 자비로운 마음에서 말한 것임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말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만약 어떤 강도가 와서 그대를 묶고 그대에게 해를 입히고자 한다고 하자. 그때 그대가 강도에게 나쁜 마음으로 욕하고 반항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강도는 그대를 더욱 괴롭힐 것이다. 그러므로 그때는 나쁜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나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이익이다. 마찬가지로 누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말하더라도 그에게 나쁜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 원망하기보다는 불쌍한 마음을 일으키라.”

일반적으로 남의 허물을 말할 때 상대방의 입장이나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했다가 싸움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이러한 상황까지 짐작해 경전에서 언급됐듯이 다섯 가지를 갖추고 허물을 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성경에서도 지혜로운 대화법을 10가지로 말씀하고 있습니다. 첫째, 들을 준비를 하고 상대방이 말을 끝내기 전에 대답하지 않는다. 둘째, 말하기를 더디 하고 먼저 생각하며 서둘러 말하지 않는다. 셋째,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한다. 넷째, 진실을 말하되 언제나 사랑 안에서 말한다. 사실을 부풀려 말하지 않는다. 다섯째, 말다툼을 벌이지 않는다. 다투지 않고도 의견을 달리할 수 있다. 여섯째, 화를 내면서 대꾸하지 않는다.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꾸한다. 일곱째, 잘못을 했으면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 상대가 잘못을 고백하면 용서한다고 말한다. 그런 후에는 깨끗이 잊고 다시는 언급하지 않는다. 여덟째,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아홉째, 상대를 책망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회복시켜주고 격려한다. 열째, 누가 말로 공격하거나 비판하거나 책망하면 똑같이 대꾸하지 않는다.

성경의 이러한 말씀도 앞서 소개한 〈거죄경〉의 말씀과 거의 비슷합니다. 진실과 사랑(자비)에 입각해 대화하라는 것입니다.

대화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나타납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관용이 없는 대화는 무미건조할 뿐입니다. 따라서 복잡다단한 사회와 조직일수록 슬기로운 대화가 필요합니다. 상대에 자비심을 갖고 대화를 해보시길 권유합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