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지종통 봉대 삭제 등 정관 효력정지로

▲ 법등 스님.

조계종이 법인관리법과 관련해 갈등을 빚어온 선학원에 법적 대응키로 해 주목된다.

조계종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 법등 스님은 8월 25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직할교구사무처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법등 스님은 “선학원 측에서 현 (조계종) 집행부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학원의 역사성을 인정하고, 재단법인을 이해하는 집행부와 대화하겠다고 했다”면서 “사실 관계 정상화에 시간이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다음 집행부까지) 기다릴 순 있으나 현재 선학원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법등 스님이 언급한 법적 대응은 2013년 4월 선학원 이사회가 개정한 정관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의미한다. 당시 선학원은 조계종이 법인관리법을 제정ㆍ공포하자 정관에 명시돼 있던 △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한다 △임원은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두 항목을 삭제하고, “정관을 2002년 조계종과 합의 이전 상태로 변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등 스님은 “수개월동안 노력했지만 벽보고 대화하는 것처럼 (대화가) 통하지 않고, 그렇다고 내가 상대방을 감동시킬 능력도 없다. 마냥 손을 놓고 있자니 선학원 움직임이 불안하게 느껴졌다”며 “선사스님들이 어려운 시기 창립한 정신을 무시하고 정관을 개정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선학원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열린 제49차 원로회의에서 법등 스님이 “선학원이 몇몇 이사에 의해 다른 길을 가려는 느낌이 든다. 나머지 이사들은 생각이 없다”고 보고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스님은 그러면서도 “법적 대응을 하더라도 선학원이 대화를 요청하면 우선적으로 대화에 임할 것이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법적 대응을) 포기할 것”이라며 법보다 대화에 무게를 실었다.

법등 스님은 또 선학원 분원인 부산 보광사 황운 스님을 예로 들며 “선학원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창건주 권한이 박탈된다. 반면 조계종은 종헌에 창건주 사자상승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종단에 협조하는 분원에 이런 불이익이 생긴다면 종단이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법등 스님이 예로 든 보광사 황운 스님은 2012년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으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선학원은 이에 따라 이사회에서 창건주 권한을 박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등 스님의 주장과 선학원의 입장이 상충되는 부분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조계종 초심호계원은 공권정지 10년을 결정했지만 재심호계원은 ‘문서견책’을 내렸다.

법등 스님은 이외에도 “선원수좌복지회도 선학원처럼 몇몇 구성원에 의해 변질될 수 있다”며 재단법인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내비쳤다. 스님은 “대표이사 의정 스님의 정신은 200% 이해한다. 하지만 수좌는 이해관계에 관심이 없어 시간이 흐르면 사리(私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법인 운영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수좌들의 복지를 위해 재가자가 재산을 출연할 수도 있고, 어느 스님이 사찰을 기증할 수도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선학원 교무이사 한북 스님은 “조계종 측이 아직 소송을 시작하지 않았기에 공식입장을 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재단법인에 대한 발언은 위원회의 장으로서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은 법인관리법 권리제한 유예기간이 지난달 31일에 만료됨에 따라 최근 ‘조계종에 협조한 선학원 창건주 및 분원장에 대해 권리제한을 유예한다’는 공고를 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그간 주장해온 ‘한 뿌리’라는 의미를 무색케 했다”, “선학원의 내부분열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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