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 언해불전에 대한 다각적 접근
오윤희/불광출판사/2만원

 

“……〈득통설의〉, 그리고 〈증도가남명계송〉을 국어로 번역하여 〈석보〉에 넣고자 하였다. 문종대왕과 세조대왕에게 명하여 함께 짓도록 하고, 친히 교정하고 결정을 했다. 당시 〈야보송〉과 〈종경제강〉의 두 가지 해석과 …… 유언으로 명을 남기시니 문종과 세조가 받들었다. 문종이 즉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승하하니 …….”

성리학의 나라 조선. 1482년(성종 13년) 한계희는 〈금강경삼가해〉와 〈증도가남명계송〉의 언해를 마치고 책의 발문에 이렇게 기록했다. 이 발문은 세종과 함께 시작했던 불경 언해를 그의 유언에 따라 30여 년 만에 완성된 과정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 한글을 창제했던 세종은 왜 불경을 읽었고, 왜 왕자들과 함께 불경을 언문으로 번역했을까? 그것도 성리학을 건국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조 초기에. 이 책은 언해불전을 읽은 후 저자가 쓴 독후감이자, 앞서 의문점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답변이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서 세종은 불경을 어떻게 읽었을지(편집과 읽기, 어휘의 번역) 대해 살펴본다.

저자 오윤희〈사진〉는 18일 서울 인사동에서 가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세종이 불경을 쉽게 읽게 하려고 언해불경을 만들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 이 책을 유학자들이 읽기를 원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을 전제로 주장하면서 추측의 근거로 “언해불경 주석에 담긴 유학자들에 대한 불평”을 제시했다. 그는 또 “언해불경은 사상서이자 논리적이고 지적인 책으로 가까운 친인들의 천도를 위해 만들었다는 일각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능엄경언해〉 등 언해불경의 핵심내용을 ‘보아 살펴 사랑(사유)하야’로 꼽았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강조한 ‘관찰과 사유’를 이같이 표현했다는 것이다. 또 언해불경은 독특한 편집형식을 띠고 있고, 우리말의 쓰임새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고 평하면서 관련 내용은 후속편에서 다루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책이 세종과 언해불전의 형식에 대한 책이라면 다음으로 준비하는 〈언해불전의 논증(가제)〉은 〈능엄경〉과 〈원각경〉에 담긴 주요 논증을 언해불전의 편집과 읽기에 따라 소개하는 책”이라 설명한 저자는 “세 번째 책 〈세종과 함께 읽는 증도가(가제)〉는 우리말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세종과 두 아들이 번역을 하다가 30년 후에 완성된 〈증도가남명계송〉 언해본의 맛보기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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