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등 스님, 선거제도 개선방안 ‘염화미소법’ 제안
계ㆍ정ㆍ혜 후보 3인 중 종정스님이 직접 추첨

 

그동안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놓고 교계 안팎에서 ‘직선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관련 논의가 이뤄졌지만 결과적으로 집행부는 종정스님에 의한 ‘추첨’ 방식을 추진키로 했다.

전 호계원장 법등 스님은 8월 10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총무원장 선거제도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선방안인 ‘염화미소법’을 집행부에 제안했다. 이 자리에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중앙종회의장 성문 스님, 불교광장 회장 지홍 스님, 삼화도량 대변인 장명 스님, 종단 집행부 스님들이 배석했다.

▲ 법등 스님.

법등 스님은 먼저 그간 총무원장 직선제를 주장했던 한 사람으로서 참회의 말을 전했다. 스님은 “염화미소법 제안에 앞서 총무원장 직선제 사부대중 연대회의를 출범해 직선제를 주창해온 장본인으로서 종단 현실에 부딪혀 이를 포기하게 된 것에 참회한다”면서 “총무원장 직선제를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인 점이 많아 연대회의 활동이 지지부진했다”고 밝혔다.

법등 스님은 “작금의 총무원장 선거제도는 금권선거의 폐해가 극심해 종단의 대외적인 위상을 실추시키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 고민 끝에 염화미소 선거법을 제안하게 됐다”며 “이는 종단의 오랜 전통인 대중공의 방식과 94년 종단 개혁의 산물인 민주화 방식의 장점만을 선택한 선거제도”라고 설명했다.

법등 스님이 제안한 염화미소법에 따르면 총무원장이 되고자 하는 이는 누구나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이후 후보자에 대한 검증 절차를 거친 뒤 선거인단 선거를 통해 득표 순위대로 계(戒)ㆍ정(定)ㆍ혜(慧) 3인의 후보를 선출한다. 이후 원로회의의원, 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등이 배석한 자리에서 종정스님이 1인을 추첨해 행정부 수장으로 선정한다. 또한 후보자들이 금권ㆍ관권선거를 할 수 없도록 선거운동 기간을 두지 않고,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자격을 박탈한다.

법등 스님은 “가칭 ‘염화미소선거제도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하다보면 좋은 방안들이 모색될 것이다. 선거인단과 최종 후보자 선정, 검증절차 등 세부적인 방안은 회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위임해주길 제안한다”면서 “협의회 구성은 집행부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등 스님의 제안에 자승 스님은 “법등 스님의 애종심 속에서 나온 중요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경험과 성찰을 바탕으로 문제를 함께 극복하고, 승가공동체 본연 모습으로 대표자를 선출해 한국불교의 진면목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논의했으면 좋겠다”며 간접적으로 동의의 뜻을 밝혔다. 성문 스님도 “충분하게 논의하고 협의된 것을 바탕으로 중앙종회에서 입법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편리성은 있겠지만 대중공의 방식인지 의문이 있다”는 질문에 법등 스님은 “논의과정에서 더 좋은 방안 있다면 수용하겠다. 하지만 전자의 선거법과 대중공의를 모으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선거법의 밀약이나 금권선거 폐해 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냐”는 질문에 자승 스님은 “폐단은 쉽게 말해서 번거로움이 많다는 것이고, 이를 없애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금권선거 등의 폐단이 국어사전 속 ‘번거로움’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기에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법등 스님은 간담회 말미에 “자승 스님이 3선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 그리고 그것을 위해 제가 앞장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단언컨대 무관하다”며 일부에서 회자되고 있는 의혹을 일축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에도 기자들은 법등 스님에게 선거제도 개선방안 제안 발표 시기에 ‘오비이락’을 예로 들어 물음을 제기했다.

이에 법등 스님은 “지금까지의 종회활동을 봤을 때 만 2년을 넘어가면 종헌개정이 어렵다는 걸 느꼈다. 따라서 올해를 넘기면 안 될 것 같다는 판단에 11월 종회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발표한 것”이라며 “대중공의를 위해 관련 공청회 등을 열어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염화미소법은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개인의 복안(腹案)에 가까워 교계 안팎의 의혹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무원장에 집중된 권한이 종정으로 옮겨가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고, 3인 후보자의 득표와 관계없이 무작위로 당선된다는 점에서 대중공의가 무시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간담회가 끝난 후 법등 스님과 종단 집행부 스님들이 제안 합의에 대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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