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론 끝에 의견 모아, 재심호계위원 사퇴 권고
대중공의 기구 구성해 종단 과거사 문제 다룬다

▲ 7월 29일 서울 불광사에서 열린 제5차 100인 대중공사.

40여 일째 이어지고 있는 의현 스님 재심판결 사태에 대해 100인 대중공사가 ‘개혁정신과 대중공의에 어긋난 잘못된 판결’이라는 입장을 발표함에 따라 논란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재심호계위원들의 사퇴를 권고해 호계원도 더 이상 ‘판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어렵게 됐다.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의 다섯 번째 대중공사가 7월 29일 서울 불광사에서 열렸다. 의제는 ‘종단개혁과 서의현 전 총무원장 재심 결정’. 총 147명(100인 위원 106명ㆍ초청위원 23명ㆍ참관인 18명)이 참석한 이번 대중공사는 유래 없는 격론을 벌이며 이 같은 논의결과를 도출했다.

위원들은 토론 시작부터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며 의현 스님 사면 논란에 대해 찬반으로 갈렸다. 찬성 측은 대부분 ‘자비문중’을 강조했지만 반대 측은 ‘애당초 다룰 필요 없는 사안’, ‘호계원 판결의 종헌ㆍ종법 위반’, ‘대중공의 없는 독단적 판결’ 등 사실관계에 주목했다. 논의 분위기도 반대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종합토론에서 법인 스님은 재심호계원 판결의 법률적 문제를 짚었다. 스님은 “재심호계원의 판결은 이미 ‘멸빈의 징계를 받은 자는 사면ㆍ경감ㆍ복권시킬 수 없다’는 종헌 제128조를 위반했다. 또한 일사부재리 원칙도 무시했다”면서 “94년 당시 호법부 조사와 호계원 징계절차 이전에 서의현 당사자의 자발적인 탈종선언과 승적말소가 이뤄졌다. 이런 사실의 법적효력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형남 변호사도 “불사음계를 범하고 숨긴 자에 대해 멸빈이 부당하다는 내용은 어느 율장에서도 본 적이 없다. 재심호계원도 이런 사실관계(처자 논란)를 인정하고 공권정지 3년을 판결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재가자들이 바라는 것은 스님들이 계를 잘 지키고 청정한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종단 중진들이 모여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 포교원장 혜총 스님은 자비를 언급하며 “부처님 법은 바다와 같다. 종단개혁이 없었다면 오늘날 조계종은 이만큼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의현 스님 멸빈을) 풀어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잘못한 것을 벌주더라도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4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토론을 한 위원들은 종합토론 이후 모둠토론에서도 끊임없이 의견을 제시했다.

공통적으로 제기된 문제는 △재심호계위원들의 사퇴 △멸빈자 사면과 관련해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공의기구 마련 △재심판결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이었다.

이후 100인 대중공사는 △서의현 전 총무원장 재심결정은 개혁정신과 대중공의에 어긋난 잘못된 판결 △재심호계위원들은 책임지고 사퇴할 것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대중공의 기구를 구성, 멸빈자 사면 등 종단 과거사 문제를 다루며 중앙종회와 총무원은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집행 등을 공식적인 논의 결과로 도출했다. 하지만 재심판결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불과 1시간 만에 심리를 마치고 판결해 불러일으킨 논란을 대중이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후속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며 대중공사에 해결방안을 당부한 조계종 집행부도 대중공사 결과에 따라 논란 해결을 위한 후속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후속조치 과정에서 집행부의 자세와 결과물 등에 따라 또 다른 문제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

한편 호계원장 자광 스님은 결과 발표에 앞서 “재심판결은 종헌종법이나 호계원법으로도 위배되는 사항이 없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씀드린다. 호계원 고유권한으로 처리했다”면서도 “언제든 사퇴할 것을 마음먹고 있었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고 사퇴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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