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3원장 포함 종무기관 입장 밝혀
구체적인 유감 표명 없이 일방적 발표

 

‘의현 스님 재심 판결’ 사태에 대해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조계종이 100인 대중공사를 앞두고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유감 표명 없이 논란의 책임을 대중공사와 중앙종회에 떠넘기는 식으로 입장을 밝혀 사태 해결에 별다른 도움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7월 23일 오전 1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현 스님 재심판결과 관련해 “중앙종무기관은 이번 재심판결이 1994년 종단개혁불사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종단개혁불사의 정신을 엄정 수호하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종단개혁불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논란이 최종적으로 종식될 때까지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재심판결에 따른 후속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승 스님은 “종단 안팎에서 제기된 우려와 지적에 대해 100인 대중공사와 중앙종회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해 해결방안을 도출해달라”는 당부를 전하며 의현 스님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유감 표명은 하지 않았다. “여전히 미진하고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 전부였다.

또한 ‘논란이 종식될 때까지 후속 행정절차를 하지 않겠다’는 표현은 정확한 판단 근거가 없어 추후에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종식을 어느 기준으로 볼 것이며, 논란이 사그라지면 행정 처리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간담회는 시작 직전 종단이 기자단에 일방적으로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밝혀 ‘간담회’라는 단어를 무색케 했다. 전날 “23일 기자회견을 하겠다”던 입장을 교계기자간담회로 변경한 데 이어 질문조차 받지 않아 세간에 논란이 됐던 주장에 대한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자승 스님의 입장 발표가 끝난 뒤에는 불교신문 사설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 불교신문사 사장 주경 스님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주경 스님은 “뜻과 다르게 사설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대중들을 불편하고 괴롭게 한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불교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 신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계종이 마련한 기자간담회는 총무원ㆍ교육원ㆍ포교원 등 3원장스님과 각 부실장 스님 등이 배석했지만 소통 없이 5분 만에 끝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100인 대중공사에 명분을 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발표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 불교신문사 사장 주경 스님이 최근 논란이 된 불교신문 사설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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