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칠월 장마는 꾸어서 해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칠월에는 으레 장마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장마를 피하려 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미리미리 대비를 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국민안전처는 북상하고 있는 장마전선에 대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회의를 갖고 장마 피해 최소화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침수피해가 예상되는 곳을 중심으로 대비책을 세우는 한편 무엇보다 문화유적지구의 피해가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사전에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놓으면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복잡다단한 삶에서 아무런 준비와 계책 없이 방일하게 살다간 예상치 못한 낭패를 맛보기 마련입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도 여기에 연유합니다. 매사에 미리 잘 준비해 두어야 차질이 없고, 차질이 생기는 데 따른 우환과 두려움이 없다는 뜻이 유비무환입니다.

10가지 병법책을 모아놓은 〈무경십서〉에 ‘유비무환’을 강조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무릇 국가대사로 국방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적을 경계하며 미리 대비하는 계비에 실수가 있으면 이후 돌이킬 수 없는 엄중한 결과를 맞게 된다. 전군이 궤멸하고 장수가 죽는 복군살장의 참패를 당하는 것이 그렇다. 이처럼 엄청난 형세가 순식간에 벌어지니 어찌 두렵지 않은가? 나라가 환란에 처했을 때 군신 모두가 밥을 먹는 것조차 잊은 채 대책을 강구하며 유능한 인재를 발탁해 임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일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지 않고, 적이 문 앞까지 들이닥쳤는데도 두려워할 줄 모른다면 이는 마치 제비가 천막 위에 둥지를 틀고, 물고기가 끓는 솥 안에서 헤엄치는 것과 같다.”

즉, 대비책이 없는 삶은 언제라도 곧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불교에서도 늘 준비된 삶을 살 것을 강조하는 말씀이 〈밀린다왕문경〉에 수록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밀린다왕과 나선(那先)비구의 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존자여, 출가자들이 수행하는 목적은 괴로움을 없애고, 다시 다른 괴로움이 생기지 않도록 함이라고 말씀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출가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출가하여 수행하는 것은 미리부터 노력해야 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때가 왔을 때 비로소 노력하기 위함입니까?”

“때가 왔을 때 노력하기 위함이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미리부터 노력하는 것이어야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대왕은 목이 말랐을 때 비로소 물이 마시고 싶다고 우물이나 저수지를 파게 합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때에 닥쳐 비로소 노력함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요, 미리 노력함이 바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대왕은 배가 고플 때 비로소 음식을 먹고 싶다고 밭을 갈아 곡식을 심고 가꾸어 거둬들이게 합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때를 당하여 비로소 노력함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요, 때에 앞서서 노력함이 바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곤 나선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이렇게 들려주었습니다.

“자기에게 복이 되는 일은 미리부터 해야 한다. 마부가 탄탄한 대로를 버리고 울퉁불퉁한 지름길로 가다가 마차의 축을 부러뜨리고 낙담하는 것처럼, 정법(正法)을 등지고 잘못된 길을 따라 가다가는 사마(邪魔)의 입에 떨어져 비탄에 잠긴다. 바닥난 노름꾼이 파경에 처할 때처럼.”

나선비구는 밀린다왕에게 왜 출가자가 한 눈을 팔지 않고 치열한 수행을 해야 하는지를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속의 삶이라고 해서 출가자의 삶과 다르지 않습니다. 출가자가 일체의 번뇌를 끊어 열반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부단히 정진하는 것이라면 재가자 역시 세속에서 이런 저런 유혹과 경계에 끄달리지 않도록 매사 더욱 세심하게 주의하고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삶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선법경(善法經)〉에 이르길 “스스로 자기를 사랑할 줄 알고 더불어 자기를 위하듯 이웃을 위할 줄 알며 세상 사람들을 가엾이 여길 줄 알아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나를 바치라. 정의와 의리를 생각할 줄 알고 남의 행복 속에서 자신의 기쁨을 찾는 사람이라야 세상의 많은 사람들 가운데 으뜸이다”고 하였습니다.

내가 진정 행복하길 원한다면 〈선법경〉의 이 말씀처럼 자신만을 위한 이기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행복은 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삶이야말로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로운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늘 내일을 준비하는 삶을 살아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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