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국내에 외래수행법의 유입이 빨라지고 있다. 위빠사나 수행법이 1990년을 전후해 국내에 파고들어 자리를 잡았다면 최근에는 티베트, 태국, 인도의 수행법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입되고 있다. 명상 관련 수행법이 서구를 거쳐 역수입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계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행법에 대한 변별력이 부족한 불자들이 외래수행법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망된다.

한국불교에는 다양한 전통수행법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조계종의 간화선과 천태종의 염불선(칭명) 외에도 사경과 독경 등 근기에 맞는 수행법이 다양하다. 그럼에도 외래수행법이 유입되는 것은 전통수행법에서 부족한 점을 느끼는 출·재가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 간화선 수행을 하는 다수의 스님들이 위빠사나 수행이나 요가 수행을 한 후 도움이 된다고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명상을 나름대로 체계화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한 스님들도 여럿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대가 다변화된 만큼 개인의 근기에 맞는 수행법도 그에 맞춰 다양해져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한다. 다만, 변별력이 떨어지는 불자들이 비불교적인 수행법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수행법의 저변에 깔린 사상이 불교적인지, 교주화 또는 우상화되지는 않았는지, 지나치게 상업화에 물들진 않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불교계는 이번 기회에 외래수행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 외래수행법에 다수의 불자들이 관심을 쏟고 있음에도 비불교적 수행법에 대한 공시나 지침을 주지 않는다는 건 직무태만이다. 외래수행법 유입이 한국불교에 독이 아니라, 득이 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관련 연구에 나서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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