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사태 직면한 그리스
씨앗 없는 화려한 꽃 같아
우리나라도 타산지석 삼아야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웃자야라는 바라문이 찾아와서 “신도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현세에 편안하고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은 바 있다. 이 질문에 대하여 부처님은 네 가지 길을 말씀하셨다.

첫째,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해 스스로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둘째, 직업을 통해 직접 일해서 법답게 얻은 재산을 잘 보호해야 한다. 셋째, 법도에 어긋나지 않고 방탕하지 않으며 허망한 생각을 하지 않고 음흉하지 않은 착한 친구와 사귀어야 한다. 넷째 수입이 많고 지출을 적게 하되 저울눈이 균형을 이루도록 신중하게 균형 있는 생활을 꾸려야 한다.

이 네 가지 가르침은 현대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이 가르침을 소홀히 생각하고 무시했다가 다섯 번이나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한 나라가 있다. 바로 그리스이다. 이 나라는 1821년 오스만제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지금까지 무려 다섯 번이나 국가부도의 위기를 경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국민들은 과거의 뼈아픈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국가적 고통을 반복해서 당하고 있다.

그리스는 면적이 약 13만2000㎢에 인구는 약 1100만여 명에 달하는 중급규모의 국가이다. 그렇지만 과거 그리스문명의 발상지이며 지정학적으로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고, 2014년도에 1인당 GNP가 약 2만6000달러에 달하는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이다. 풍부한 관광 및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고, 국제무역이 용이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2014년에 실업율 26.6%, 국내총생산량 대비 국가 부채비율 177%, 그리고 무역적자 약 278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국가경제가 엉망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경제적으로 난관에 봉착한 원인을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는 정치인과 관료의 부정부패와 도덕적 해이, 둘째는 과도한 연금지급과 복지과잉, 셋째는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심화, 넷째는 서비스 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기형적인 경제구조, 그리고 다섯째로 부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결여 등이다.

그리스는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확대되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주었다. 전체 근로자의 약 25%가 공무원이고, 공무원은 퇴직하면 기존 소득의 95%를 연금으로 받았으며,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 중 연금지출 비중은 약 17.5%에 달하였다. 공무원은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하고 오후 2시 30분에 퇴근함으로써 노동생산성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이 같은 행태는 결국 정치인들과 야합하여 정권을 창출하는 도구로 활용되었고, 부정부패를 만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대학에 가지 못한 청년들을 국비로 해외 유학을 시켜주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등 선심성 정책이 난무하였다. 결국 재정이 고갈되자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고 외채를 끌어들여 국민들의 허망한 욕구를 충족시켰다.

부처님은 ‘재물이 없는데도 마구 뿌려 쓰면 꽃은 화려하나 씨앗이 없는 것과 같고, 재물이 풍부하면서도 그것을 쓰지 않으면 굶어 죽은 개와 같다’고 하셨다. 개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듯이 노숙하고 걸식하는 그리스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고통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리스 국민들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1997년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그리스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