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진한 역사의 감동 “오늘은 내가 역사 속 주인공” 

▲ 삼도수군통제영 세병관 앞에서 어린이들이 삼도수군통제사 군점(제반 군사를 점검하는 일)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통영관광개발공사〉

광복 70주년을 맞아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이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 거세다. 무더위가 한창인 요즘, 가족과 함께 더위도 식히고 부족했던 역사 상식을 보충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교과서에도 자주 나오는 그곳,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여름 여행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야스쿠니 신사는 ‘신사숙녀’할 때 신사 아닌가요?”

어이없는 물음이다. 그런데 이 말은 2013년 한 매체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나온 대답 중 하나다. 이 설문조사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청소년의 비율은 5%에 불과했다.

누구나 역사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 하지만 글자가 빼곡히 적힌 교과서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눈꺼풀은 무거워지고 익은 벼처럼 고개가 꺾인다. 교실 책상에 앉아 죽은 역사를 배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자녀들이 지루하지 않게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수원 화성ㆍ화성행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을 들어본 적 없는 이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 수원 화성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역사를 담고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수원 화성에 대해 초등학교 교과서는 간략하게 다루지만 중학교 교과서는 축성시기와 거중기 등 역사를 비롯해 기술적인 부분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수원 화성은 기술·가정 교과서에서 경복궁과 함께 우리나라의 뛰어난 건설 구조물로 평가되고 있다.

총 길이 5.7㎞, 면적 1.2㎢에 달하는 수원 화성은 1796년 조선왕조 제22대 정조대에 만들어졌다. 세자에 책봉됐음에도 왕위에 오르지 못한 채 뒤주에 갇혀 비참한 죽음을 맞아야 했던 아버지 사도세자를 추모하며 정조가 축성했다. 축성에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정조의 효심과 더불어 당파정치를 막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이 담겨 있었다. 정조는 수도 한양을 벗어나 신도시 수원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수원 화성을 세우는 데는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여러 젊은 실학자들이 참여했다. 당시 정약용이 동서양의 기술서를 참고해 만든 <성화주략>을 지침으로 삼았으며, 착공 후 약 2년 반 만에 낙성했다. 동서남북 사대문(창룡문ㆍ화서문ㆍ팔달문ㆍ장안문)을 건설하면서 모두 옹성(성문 보호를 위해 밖으로 둘러쌓은 성벽)을 설치한 점, 구불구불한 성벽과 성벽의 높이 등 성벽을 견고히 쌓은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수원 화성뿐만 아니라 정조가 사도세자의 묘인 현륭원에 행차할 때 임시로 사용하던 거처인 화성행궁도 볼거리가 많다. 화성행궁은 567칸으로 정궁(正宮) 형태를 이루며 국내 행궁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소실됐으나 90년대 중후반 복원공사를 시작, 2003년 10월에 일반에 공개됐다.

수원 화성 관람료는 어린이 500원ㆍ청소년 700원ㆍ성인 1000원이다. 미취학 아동이나 만 65세 이상은 관람료 면제. 또한 수원 화성, 화성행궁, 수원박물관, 수원화성박물관 4종 통합 매표는 어린이 800원ㆍ청소년 2000원ㆍ성인 3500원이다.

한편 수원문화재단은 오는 9월 20일까지 매주 화~일요일 화성행궁 개장을 오후 9시까지 3시간 연장한다. 특히 관람객 편의를 위해 오후 8시 이후 점등, 조명과 어우러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금~일요일 연무대 국궁체험장의 체험시간을 6시 30분까지 확대하고, 화성열차도 1회 추가 운행한다. 이밖에도 매일 오후 7시 30분 화성행궁에서는 ‘해설사와 함께하는 이야기가 있는 화성행궁 답사’가 진행된다.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동양의 나폴리 통영. 드넓은 바다와 시원한 바람, 다도해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통영은 작곡가 윤이상, 소설가 박경리, 시인 김춘수 등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통영이 ‘천혜의 자연’을 넘어 ‘역사의 현장’이라는 별칭이 붙은 데에는 충무공 이순신이 중심에 있다. 대부분의 역사교과서에 이순신의 진영이 실려 있을 만큼 그가 남긴 업적은 지대하다.

충무공 이순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위인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특히 통영 한산도 앞바다에서 일본 수군을 크게 무찌른 한산도대첩은 역사에 길이 남을 자랑거리다. 이런 통영에는 경상도ㆍ전라도ㆍ충청도 3도의 수군을 지휘하던 삼도수군통제사가 머물던 본영이 있다. 조선 해군의 작전사령부 통제영(統制營)이다. 1593년 초대 삼도수군통제사로 이순신이 임명된 이후 제209대 홍남주 통제사까지 그 명맥은 300여 년에 걸쳐 이어졌다. 하지만 1895년 고종 32년 일본에 의해 강제로 폐지됐다.

통제영은 일제강점기에 중심건물인 세병관(洗兵館)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헐어서 철거됐다가 2000년대에 복원사업을 실시, 현재 주요 관아 26동과 12공방을 갖추게 됐다. 세병관 이름은 두보의 시 ‘세병마행(洗兵馬行)’의 ‘만하세병(挽河洗兵)’이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은하수를 끌어다 병기를 씻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세병관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목조건물 가운데 경복궁 경회루ㆍ여수 진남관과 함께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통제영은 매월 ‘조선수군 무예 한마당’이라는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선수군 무예시범을 비롯해 △활 쏘기 △창 찌르기 △검법·권법 수련 △조선수군과 사진촬영 등을 체험할 수 있다. 7월에는 11~12일과 25~26일에, 8월에는 1~2일에 열린다. 또 매주 토ㆍ일요일 오후 2시부터는 ‘12공방 인간문화재와 만남’이 펼쳐져 나전장ㆍ두석장ㆍ소목장 등 중요무형문화재의 시연 및 체험이 진행된다. 관람료는 어린이 1000원ㆍ군인 및 청소년 2000원ㆍ성인 3000원이다.

한편 8월 12~16일간은 통영시 일원에서 통영한산대첩축제가 열린다. 이때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시기를 맞춰가는 것도 좋다. 

고인돌 유적지
역사교과서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 고인돌. ‘돌을 고였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고인돌은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양식이다. 특히 우리나라 고인돌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규모가 거대하고,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세계문화유산 등재(2000년) 이전부터 1970년대에는 박수동 화백의 만화 ‘고인돌’이 선보였고, 1990년대에는 외산(外産)게임 ‘Prehistorik(선사시대)’을 고인돌이라고 부르는 등 우리나라는 고인돌과 문화적으로 늘 가까웠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인돌 유적지는 인천 강화ㆍ전남 화순ㆍ전북 고창 등에 있다. 강화 고인돌은 주로 고려산 북쪽 산기슭에 127기가 분포돼 있다. 이 중 상태가 양호한 7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강화 고인돌의 특징은 다른 지역에 비해 해발고도가 100~200m가량 높다는 점과 탁자처럼 세워진 형상 중 가장 크다는 점이다.

화순 고인돌은 도곡면과 춘양면을 잇는 보검재(寶劍峙) 계곡을 따라 597기가 모여 있다. 탁자식을 비롯해 바둑판식(지하 무덤방 주변에 고임돌을 놓고 덮개돌을 올린 형태), 개석식(지하 무덤방 위에 바로 덮개돌을 올린 형태) 등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이 있다. 특히 화순 고인돌을 대표하는 ‘핑매바위’는 길이 7.3mㆍ폭 5mㆍ두께 4mㆍ무게 280t으로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고창 고인돌은 기원전 7세기경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죽림리 매산마을 인근 산기슭을 따라 1.8㎞가량 이어지는데, 그 숫자만 500여 기에 달한다. 대부분이 바둑판식이며 단일구역상으로는 최대 밀집도를 보인다. 또한 유적지 인근에 고창고인돌박물관이 있어 자칫 눈으로만 보고 지나칠 수 있는 고인돌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어린이 1000원ㆍ청소년 및 군인 2000원ㆍ성인 3000원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 화성행궁의 정전(正殿) 건물인 봉수당(奉壽堂). 야경이 아름다운 봉수당은 ‘만년(萬年)의 수(壽)를 받들어 빈다’는 뜻이다. 〈사진제공=수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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