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전 총무원장 의현 스님에 대해 재심호계원이 94년 개혁종단 당시 멸빈 징계를 무효화하고 공권정지 3년을 판결한 것과 관련 후폭풍이 거세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정의평화불교연대, 실천불교승가회, 삼화도량 등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94년 개혁 이전으로 돌아갔다며 재심호계원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심판 당시 불참했던 재심호계위원 청화 스님도 다음 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런 X법이 어디 있느냐’며 호계원에 정면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재심호계위원직도 사퇴하겠다고 했다. 특히 교단자정센터는 지난달 23일 ‘교단자정센터에서 보는 서의현 전 총무원장 재심호계원 결정에 대한 문제점들’이라는 논평문을 내고 독신 비구종단의 정체성에 대한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은 호계원이 종단 권력의 시녀 역할에 머물러 있는 데 기인한다. 권력의 시녀는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주어진 명령을 오롯이 수행할 뿐이다. 이번 의현 스님에 대한 심판도 이와 다르지 않다. 때문에 교계의 비난은 종단 최고 권력자인 자승 스님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호계원이 종단 사법기관으로서 제 위상과 역할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래 조계종단의 체제는 입법·사법·행정이라는 3권 분립의 정신 아래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이 권력의 시중을 드는 데 그치고 있다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의현 스님 판결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사법권의 독립과 심판행위의 자주권 확립은 매우 중대한 과제다. 이것이 바로 설 때 94년 개혁종단 당시 의현 스님과 함께 징계를 받았던 대다수의 징계자에 대한 심판도 정당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획기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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