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책과 다른 통일선언
원론적 내용에 실망
일심·합심 정신과도 모순 

지난 5월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2015 불교 통일선언문’을 발표하였다. 그 요지는 첫째, 파사현정의 정신과 원효의 화쟁사상, 그리고 서산·사명대사 등의 구국 보살행은 자비정신의 발로라는 점. 이에 통일의 논리와 지혜를 부처님 법에서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둘째, 남북화해와 동질성 회복은 남북한이 먼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때 흡수통일과 적화통일과 같은 배타적 논리가 힘을 얻는다고 하였다. 고집을 내려놓고 상대방과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화해와 공존은 가능하다고 하였다.

셋째, 통일은 마음의 본바탕인 일심(一心)과 합심(合心)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으며, 합심의 마음문화는 남북갈등, 남남갈등, 계층갈등,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불국정토의 통일국가를 만드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한국불교는 민족동질성 회복사업, 인도적 지원 사업, 북한 불교문화재 복원사업을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나라를 사랑하고 부처님께 귀의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교의 통일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런 원론적 이야기를 읽고 좀 실망했다. 하지만 선언문에서 조계종 현 지도층의 통일관을 읽을 수 있어 이에 관한 단상(斷想)을 쓴다.

첫째, 이 선언은 파사현정을 말하면서 북한의 3대 세습 전체주의체제의 사악(邪惡)함에 대하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삿된 것을 파해야 바른 것을 드러낼 수 있는데 말이다.

둘째, ‘흡수통일과 적화통일’을 같은 배타적 논리라고 규정했다. 적화통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소리 같이 들린다.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그걸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지 않는다.

셋째, 흡수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독일통일 방식을 반대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독일통일은 내용상 흡수통일이지만 동독주민의 선택에 의해 서독과 합친 것으로 형식은 합의통일이다. 다음으로 북한정권과의 합의통일은 독재정권의 성격상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유일하게 남은 통일방식은 북한동포를 도와주어 독일식 흡수통일을 이루는 것뿐이다.

넷째, 불교인권상까지 주고 있는 조계종이 통일선언을 하면서 세계인이 다함께 심각하게 우려하는 북한동포의 인권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는 조계종 현 지도층의 생각이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자유민주통일과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끝으로 이 선언을 보면서 먼저 떠오르는 강한 의문은 왜 조계종이 불교의 이름으로 큰 대회까지 열어 국가와 별도로 통일방안을 발표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국가의 대외정책과 통일정책은 창구를 정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상식이다. 단체들이, 그것도 주요 종교단체가 독자적인 정책을 발표하는 경우는 특이하다. 종교마다 단체마다 국가의 정책과 서로 다른 통일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통일에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그런 행동은 선언문에서 말하는 일심과 합심의 정신과도 모순되는 것이다. 선언에서 인용한 호국 스님들과 6.25때 산화한 호국영령들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와 합심해서 일심으로 구국에 나섰다. 그 분들이 이 선언을 보고 얼마나 실망하실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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