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이다. 부처님은 사바세계에 몸을 나투시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는 탄생게를 설파하셨다. 부처님의 이 탄생게는 지금 대지진으로 참사를 겪고 있는 네팔의 룸비니 동산에 울려 퍼졌다. 탄생게는 “중생이 겪는 모든 괴로움을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기 위해 세상에 왔노라.”라는 뜻이다. 실로 부처님은 불가해한 세계의 무거운 짐과 이런 저런 고통으로 아파하는 중생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안겨주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이다. 이러한 부처님의 의지는 부처님이 뼈를 깎는 정진을 거듭, 마침내 ‘붓다’의 지위를 성취하신 뒤 바라나시 녹야원에서 첫 귀의한 다섯 제자에게 당부한 말씀에서도 잘 드러난다.

부처님은 아라한과를 증득한 다섯 제자에게 “나는 이미 세상과 인천의 올가미에서 벗어났다. 그대들도 이제 세상과 인천의 올가미에서 벗어났다. 그러므로 수행자들이여! 세상으로 나가 모든 사람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 설법하라. 두 사람이 한 길로 가지 말고,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말로 법을 전하라.”면서 전법을 제1의 과제로 내세우셨다. 이유는 다름 아니다. 중생들에게 최고의 행복과 자유를 안겨주시기 위함이었다.

부처님은 중생들의 행복과 자유를 위해 교리적 측면에서 무명의 타파란 가르침을 제시하셨지만 사회적 측면에서는 평등과 평화를 기본 요인으로 꼽으셨다. 또 사회적 측면에서 평등이 신분과 지위를 가리킨다면 평화는 마음의 평정을 뜻한다. 인간 사회에서 차별이 존재하는 한 증오와 다툼은 끊이지 않는다. 평화를 지향하지 않고 분쟁심을 키우는 사회는 번영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늘 분란과 갈등에 휩싸여 깊은 상처만 양산할 뿐이다.

부처님 앞에선 가난한 자, 낮은 계급의 신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불교의 평등정신을 일러 ‘무차별 평등성’이라 한다. 부처님의 무차별 평등정신에 반한 변증법 신학의 창시자 바르트(Barth 1886~1968)도 부처님에 대해 “자비의 전형을 완성한 세상의 빛”이라고 찬덕했을 정도다.

때마침 지난 16일 광복 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에 참석한 세계종교지도자들이 그랜드힐튼서울호텔에서 가진 세계종교인회의를 통해 ‘세계평화 기원문’을 채택한 것은 부처님의 평화정신을 구현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날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 참석대중 일동’으로 발표한 5개항 실천과제는 수행 · 비폭력 · 종교화합 · 생태보전 · 전쟁 종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첫째, 세계평화를 위해 수행을 통한 내면의 평화를 얻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자는 것이다. 둘째,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 어떠한 폭력이나 배타적인 행위를 반대하며, 종교간 대화와 교류에 적극 협조해 종교화합과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다. 셋째, 진정한 세계평화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며,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존을 위한 다양한 실천에 적극 참여하자는 것이다. 넷째, 세계 마지막 분단국인 한반도의 통일과 지구촌의 모든 테러와 전쟁의 종식을 염원하며, 온 인류가 자비와 사랑의 심성을 계발하도록 힘써 노력하자는 것이다. 다섯째, 온 인류가 한 가족임을 깨달아 이웃을 내몸과 같이 사랑하며, 지구촌의 모든 소외되고 고통받는 형제들을 지원하는 인도적 활동에 적극 참여하자는 것이다.

부처님의 법을 받들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 살고 있는 세계 불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러한 평화실현을 위한 5개항 실천과제를 발표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처님의 진리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가 어느 곳에 먼저 달려가 등을 밝혀야 할지 이미 해답은 나와 있다. 대지진 참사로 고통받고 있는 네팔 국민들을 비롯해 전쟁과 분란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곳곳의 아픔에 부처님오신날 평등과 평화의 등을 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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