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예쁜 얼굴을 갖고 싶어 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외모 가꾸기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와 문화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것도 한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턱을 깎고 코를 세우는 등 성형수술이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얼굴을 예쁘게 가꾸려면 이렇듯 수술을 해야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진정 예쁜 얼굴을 갖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편안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늘 편안한 마음을 유지할 때 고운 피부와 예쁜 얼굴이 만들어지는 법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얼굴을 통해 나타납니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한 사람은 얼굴에 화평한 기운이 감돕니다. 이러한 예는 조선시대의 명임금이었던 정조대왕의 말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정조이산어록〉에 의하면 정조는 이런 말을 남기고 있습니다.

“내가 사람의 관상을 보는 것은 변별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서가 아니다. 대체로 마음이 화평하면 기운이 화평하게 되고, 기운이 화평하면 자연히 얼굴과 모습에 나타나 숨길 수 없게 된다. 이것을 미루어 사람을 보면 십중팔구 틀리지 않을 수 있다.”

정조가 인재를 등용할 때 꼭 관상을 보았는데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이와 비슷한 예화는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에게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 각료들 인선에 착수 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비서관이 각료로 한 사람을 추천하자 링컨은 단박에 거절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링컨은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비서관이 “얼굴이야 부모가 만들어 준 것인데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자 링컨은 “뱃속에서 나올 때는 부모가 만든 얼굴이지만 이후부터는 자신이 얼굴을 만드는 것이요, 나이가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마음과 기운이 화평하면 얼굴에 나타난다”는 정조의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요즈음 적게 벌어 적게 쓰면서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 하는 젊은 세대를 ‘달관 세대’라 지칭한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안분지족(安分知足)’을 내세운다고 합니다. 자기 처지를 탓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안분지족을 즐기겠다는 이들 젊은 세대를 나무라는 소리도 들립니다. 마치 희망과 용기가 없어 무기력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지적하는 기성 세대들은 “패기가 없다”, “의욕이 부족하다”는 등 안분지족의 ‘달관 세대’를 꾸짖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을 누리기 위한 한 방법이자 마음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오히려 끝없는 탐심으로 말미암아 갈등과 대립이 난무하는 시대상과 비교하면 안분지족을 추구하는 이들의 마음은 격려돼야 할 것입니다. ‘달관 세대’들은 늘 얼굴이 맑고 화평하다는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안분지족하므로 걱정과 근심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얼굴에 생기가 넘쳐납니다.

말이 나온 김에 ‘안분지족’에 대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글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조선시대의 문인 이학규(李學逵 1770~1835)는 문집 〈낙하생집(洛下生集)〉을 남기고 있는데 이 책 ‘포화옥집(匏花屋集)’에 ‘포화옥기(匏花屋記)’라는 산문이 실려 있습니다. ‘포화옥기’는 작자가 유배지를 전전할 때의 구차하고도 곤궁한 생활체험을 담고 있는 내용입니다. 간추려 소개하면 작자가 자신이 사는 집이 누추하고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을 나그네에게 자세히 말하자 나그네는 자신이 머물렀던 주막집의 노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행인들이 남긴 음식을 배불리 먹고 다른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는 것들을 편하게 여기며, 누더기 옷을 입고도 건강하게 사는 모습에 대해 말합니다. 그러면서 작가가 불편하다고 여기는 누추한 집(귀양살이집)은 ‘여관 중의 여관’이라면서 나그네는 일자무식 노비도 안분지족을 알아 건강을 해치지 않고 살아가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에 대해 작자는 입으로는 성현의 글을 배우고 행한다고 자처하는 자신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고 그 뜻을 벽에 적어 ‘포화옥기’라 이름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스스로 화를 돋아 병을 만들고 죽을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처지에서 안분지족의 삶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깨달은 것입니다.

이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도모하는 일이야말로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갖습니다.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지나가 버린 것을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현재에 만족할 때 그 안색(顔色)은 깨끗해진다”며 늘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할 것을 제자들에게 당부하셨습니다.

얼굴은 곧 마음의 거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얼굴의 형태도 제각각 나타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예쁜 얼굴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란 다름 아닙니다. 내 마음을 누구나 예쁘게 여길 수 있도록 가꾸면 얼굴 또한 환한 빛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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