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 13일 입장표명

▲ 정봉주 전 의원(오른쪽 맨 끝)이 최근 발언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기위해 조계사에 들어가려 하고 있지만 조계사 신도로 보이는 불자들의 반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조계종을 비난한 정봉주 전 의원의 발언이 불교계에서 끊임없는 논란으로 이어지자 정 전 의원이 직접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조계종 지도부를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4월 13일 오후 2시 서울 견지동 우정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부 불자들의 반대로 불가피하게 장소를 변경했다.

기자회견 전부터 조계사 일주문 앞에는 조계사 신도와 조계종 종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인간띠를 이뤄 입구를 막고 있었다. 오후 2시가 되자 조계사 건너편에 정봉주 전 의원, 도정 스님(15대 중앙종회의원), 이재화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 김영국 소장(연경사회문화정책연구소) 등 ‘정봉주의 전국구’ 팟캐스트 방송 출연진들의 모습이 보였다.

정 전 의원 일행이 조계사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몇몇 불자들은 “우리 절에 들어오지 말라”, “부처님오신날 행사 준비 중이다. 방해 말고 돌아가라”고 외치며 막아섰다. 불자들 뒤에서는 조계사 이세용 종무실장이 “저 사람이 조계종을 김정은 집단이라고 한 자다”, “뭐하느냐. 저 사람들을 길건너로 쫓아내라”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하며 입구를 막아선 불자들에게 정 전 의원 일행을 쫓아낼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정 전 의원 뿐 아니라 도정 스님까지 “당신이 스님이냐”고 비난하며 손으로 밀쳤다. 결국 정 전 의원 일행은 실랑이 끝에 조계사 대웅전이 아닌 바로 옆 우정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바른불교재가모임 창립식에서 내가 한 발언을 두고 말이 많다. 본래 그런 취지가 아니었기에 그냥 넘어가려 했다”면서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원래 취지와 다르게 왜곡이 너무 심한데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조언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후 내 말의 녹취록을 풀어 전부 살펴봤다. 나를 고소한 조계종 종무원조합의 주장대로 조계종을 전면 부정하거나, 조계종 스님들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아무것도 안 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은 “조계종 여러 스님들이 팽목항에서, 광화문에서 고생한 걸 왜 모르겠나. 다만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과 그 지도자들이 유가족과 국민들이 아픔을 겪고 있을 때 프란체스코 교황이 위로해준 것처럼 하지 못했다고 지도부를 비판한 것”이라며 “이 땅에 사는 국민들을 왜 이 땅의 종교인들이 위로해주지 못하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스님들은 그렇게 못하는가에 의문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 집단과 다를 것 없다’고 한 게 아니라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파괴하면 김정은 집단과 다를 것이 뭐냐’고 물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전 의원은 조계종 종무원조합의 고소에 대해서도 “종무원조합이 자신들을 모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종무원조합이나 조합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한 사실이 없다”면서 “따라서 종무원조합의 고소는 피해자가 아닌 자가 한 것으로, 고소의 법적 조건도 갖춰지지 않은 엉터리 고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계종의 불편한 진실을 내가 밝히고 있다는 이유로 종무원조합을 앞세워 나를 고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2014년 10월부터 팟캐스트를 통해 △조계종 최고위층 도박사건 △적광 스님 폭행사건 △조계종 고위직 승려들의 음주운전, 성추문, 성희롱 사건 △동국대 이사 3인의 문제점(간통, 문화재 절도, 러브호텔 운영) 등 조계종단의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

정 전 의원은 “본인들의 부정을 돌아보고, 성찰ㆍ자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지적한 것”이라며 “방송에서 말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조계종을 대표하는 자승 총무원장이 조계종 산하 단체나, 종무원조합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당당히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이어 “내 행동과 발언이 포교 일선에서, 선방에서 열심히 수행하는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다”면서 “불편한 진실은 보기 싫겠지만, 인정하고 반성해야 조계종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한 불자가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앞두고 이런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정 전 의원은 “4월 6일 종무원조합의 고소를 신호탄으로 조계종의 모든 산하단체가 비방을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답했다.

한편 정봉주 전 의원은 법보신문과 불교신문의 질문에 “이 두 매체는 왜곡이 심해 대답을 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바른불교재가모임 창립식에서 “세월호 사고 때 조계종은 어디에 있었나” , “국가를 참칭하고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자가 김정은이다. 서울 종로에 똑같은 집단이 똬리 틀고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조계사 이세용 종무실장(가운데 빨간 원)은 입구를 막아선 불자들에게 “뭐하느냐. 저 사람들을 길건너로 쫓아내라”라며 정 전 의원 일행을 쫓아낼 것을 주문했다.
▲ 조계사 대웅전이 아닌 조계사 옆 우정총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 전 의원.
▲ '정봉주의 전국구' 팟캐스트에 출연 중인 이들은 우정총국에서 기자회견을 끝내고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왼쪽부터 도정 스님, 정봉주 전 의원, 이재화 변호사, 김영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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