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울산에서 경찰에 의해 구조된 70대 독거노인의 사연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노인은 열흘 동안 두유 2개로 연명했는데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 작은 상가를 포함해 3층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재산가였다고 합니다. 경찰에 따르면 노인은 폐지를 모아 생활할 정도로 돈을 쓸 줄 몰랐다는 것입니다.

이 노인의 얘기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신용불량자가 100만명을 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의 극도로 절제된 내핍생활은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끼니를 제때 챙기지 않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까지 직면하면서 돈을 쓰지 않는 행위를 잘했다고 반기기란 더욱 어렵습니다.

인간의 경제행위에도 윤리가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경제윤리의 근본은 분배에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 수행자들에게 “일체의 생산활동을 하지 말라”고 주문하셨습니다. 즉 농사를 짓거나 상품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금지하셨던 것입니다. 그 이유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출가 수행자가 노동이나 생산 행위에 종사함으로써 물질적 욕구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가자들에 대해서는 올바른 직업윤리로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특히 부처님께서는 수입에 비해 너무 사치스러운 생활을 영위하거나 반대로 수입에 비해 너무 궁핍하게 생활하는 것을 경계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게 현명한 방법일까요? 〈심지관경(心地觀經)〉에 ‘지혜롭게 돈을 쓰는 방법’과 관련된 대목이 나옵니다.

한 장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매우 부유해서 재산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오랜 기간 부지런히 재산을 모았고, 또 모은 재산은 선행을 하는데 썼으므로 명성 또한 자자했습니다. 이 장자는 자기가 지닌 재산을 넷으로 나누어 하나는 이자를 늘려 가업을 풍족하게 했고, 하나는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공급했으며, 하나는 고아와 의지할 데 없는 노인에게 주어 내세의 복을 닦았고, 하나는 친척과 오가는 나그네를 구제하였습니다. 이같이 넷으로 나누어 장자는 대를 이어가며 가업으로 삼으니 재산은 날로 풍족해 갔습니다. 경은 이를 일러 이렇게 말합니다. “지혜로운 자는 재물을 모으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쓰기도 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주기도 한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는 재물을 모아서 자기를 위해서 쓸 줄도 모르고 남에게 나눠줄 줄도 모른다.” 경전의 말씀대로 하자면 울산의 70대 독거노인이 어떻게 살아야 현명한 것인지 그 답이 분명해집니다.

실제로 부처님은 재가자의 경제행위와 관련해 초기경전인 〈아함경〉에서 사분법(四分法)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즉 경제윤리를 엄중히 지켜 만들어 낸 수입에 대해 4분의 1은 생계비로, 4분의 1은 생산비로, 4분의 1은 자기 또는 타인의 빈궁에 대비해 저축하며, 4분의 1은 돈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빌려주어 이자를 거두라는 내용입니다.

부처님은 또 가정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낭비하지 말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낭비란 여섯 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는 음주입니다. 술이야말로 가정 경제를 좀먹을 뿐 아니라 지혜종자를 빼앗아 가는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밤나들이입니다. 밤나들이는 온갖 유혹에 빠지고 예측 못할 사고를 야기해 큰돈을 날릴 수 있습니다. 셋째로 쾌락입니다. 일종의 유흥문화를 일컫는 말로 돈의 탕진을 부르게 됩니다. 넷째는 도박입니다. 도박은 빚더미에 나앉게 되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입니다. 다섯째는 나쁜 친구입니다. 친구를 잘못 사귀게 되면 재산탕진은 물론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 여섯째로 게으름입니다. 게으른 이에겐 재산이 모아질 리 없고 설령 모아놓은 재산일지라도 지키지 못해 금방 소실되고야 맙니다.

이렇듯 낭비를 부르는 이 여섯 가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멀리해야 재산을 지키고 증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건강한 경제생활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소욕지족(小欲知足)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소욕지족은 불교에서 말하는 내핍경제의 근본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소유욕과 과시욕은 허황된 소비를 부추깁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실용성을 앞세워 경승용차를 선호하는 선진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는 경승용차 보유율이 4.9%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가 40.3%, 프랑스가 38.6%, 영국과 일본이 2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채 5%도 안 됩니다. 경승용차에 대해 등록세를 60% 인하하고, 1가구 2차량의 중과세를 면제하며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50% 할인 혜택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는 소욕지족의 정신이 부족한 데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아함경〉에 이르길 “가난한 이가 와서 구걸하거든 분수껏 아까워 말고 나누어 주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삶, 나와 남이 둘이 아닌 한 몸으로 생각하고 보시하라”고 했습니다. 보시를 하면 나의 재산이 줄어드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공덕과 선업으로 말미암아 더 큰 재산으로 늘려갈 수 있습니다. 나누면 더 커진다는 논리는 불교사상의 특징입니다. 재산을 늘리려면 기꺼이 보시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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