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평화를 도모하는 승가공동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교계의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불교태고종의 분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부처님오신날을 맞게 될 정도로 대립구도가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다. 총무원 청사는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어느 쪽도 들어가지 못하고 종무행정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계종 비구니 승가도 예의 주시되고 있다. 전국비구니회 집행부와 열린비구니모임 간 치열한 공방은 지난 16일 결의대회로 이어지며 초법적 상태로 치닫고 있다. 조계종립 동국대학교도 마찬가지다. 총장 선출로 야기된 이사회의 파행 운영은 두 명의 이사장이 존립하는 기형적 비상사태로 변질됐다. 법보종찰 해인사도 총림 방장 선출문제로 지지 세력이 분화되더니 결국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에 따른 법인 등록문제가 불거지면서 선거권에 대한 시비로 시끄럽다. 바라보는 불자들의 눈이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일련의 사태는 화합공동체를 추구해야할 승가의 기반이 흔들림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를 단순히 훌륭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련의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입어야 할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과 상식을 지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텐데 이를 무시했기에 대립과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해당 불교지도자들을 향해 따끔한 충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불교지도자라면 마땅히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럼에도 오히려 부처님의 가르침을 간과하고 눈앞의 작은 이익과 명리에 집착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화합은 승가의 기본덕목이다. 화합하지 않고 분열된 승가의 모습은 불자들의 신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부처님오신날이 멀지 않았다. 승가의 각성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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