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법인 스님/불광출판사/324면/14,000원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하다. 전철이나 버스에서는 물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심지어 도로를 건널 때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궁금한 게 있으면 포털사이트를 찾아보고, 그 결과를 여과 없이 받아들인다. 남의 생각이 내 생각처럼 굳어 버린다. 우리는 이렇게 사유가 멈춘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책은 정보가 넘치는 대신 사유의 자유가 제한당한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그 힘을 회복하라고 당부한다.

최근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선출된 법인 스님(54)이 그동안 한겨레신문 등 신문과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묶고 보태 책을 펴냈다. 수행자의 삶에 대한 얘기뿐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글이 실려 있다. 스님은 책에서 사회적 전통이나 관습적 사고에 빠져 멈춰버린 생각의 틀을 깨트리고 자유롭게 생각을 펼치자고 제안한다.

“얼마 전 손을 잘못짚었더니 오른 손목이 시큰거렸어요. 그 후 무심코 플러그를 뽑으려는데, 손목이 시큰거려 플러그를 뽑을 수가 없었어요. 이때 여러분이라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왼손으로 뽑으면 되죠’라는 답은 너무 뻔한 답입니다. 저는 그때 ‘오른손의 고마움을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함이 들더군요.”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면 사유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실례를 보여주는 말이다. 스님은 다독가다. 많은 책을 읽기도 하지만, 같은 책을 많이 읽기도 한다. 보통 한 권의 책을 몇 년에 걸쳐 10독 이상씩 하는데, 이중표 교수의 〈아함의 중도체계〉는 30독 이상을 했단다. 책을 처음 읽을 때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칠한 후 노트북에 옮겨 적는다. 다음에 읽을 때는 다른 색깔의 형광펜을 써서 칠하고, 또 옮겨 적는다. 이 책에는 이런 스님의 독서노트가 많이 인용됐다. 그래서인지 산문집이라 할 이 책을 스님은 인문서에 가깝다고 자평한다.

젊은 세대가 이 책을 많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스님은 사유한 후에는 반드시 실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행법 중에 문사수(聞思修)가 있습니다. 듣고, 생각하고, 실천하란 뜻입니다. 팔정도도 구조를 보면 결국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란 것입니다. 사유가 회복돼 행동(실천)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이에 대한 수행자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수행은 곧 내 삶의 참된 변화와 완전한 내적 혁명입니다. 수행은 언젠가의 지향점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실현해야 할 삶 그 자체입니다. 중생에서 부처의 삶을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곧 수행입니다.”

템플스테이가 성행하기 이전인 2000년 해남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란 프로그램을 최초로 열었던 스님은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조계종 교육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일지암에 주석하고 있으며, 3월 6일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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