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봄기운이 가득합니다. 봄을 그냥 ‘봄’이라 하지 않고 ‘새봄’이라고 하면 훨씬 더 싱싱한 봄의 이미지가 다가옵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봄, 이 봄의 분위기를 가장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졸업과 입학식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종단의 금강불교대학과 금강승가대학 그리고 금강대학교의 졸업과 입학식에 참석하면서, 배움의 현장을 가득 채운 새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입학을 하는 것도 졸업을 하는 것도 새로운 출발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나무가 한 마디씩 자라나듯 우리의 인생도 한마디씩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입니다. 봄은 그 새로운 마디의 시작점입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좌절도 하고 실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실패와 후회를 새로운 반전의 기회로 삼는 지혜만 있다면, 봄날의 새싹처럼 새로운 희망을 틔워내고 그 힘으로 얼마든지 성공적인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그러한 지혜를 기르는 원천은 바로 삼보에 귀의하여 신실한 믿음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또다시 새봄을 맞으며 무엇을 볼 것인가? 저 허허롭던 들판을 채우는 새 생명의 푸른 잎들을 보고 무엇을 느낄 것인가? 피어나는 꽃과 우짖는 새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귀를 열고, 눈을 뜨고, 마음을 열고 가만히 새봄의 자취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자연은 우리에게 엄청난 법문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옛말에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이라 하여, 한 순간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고 했습니다.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는 이 시간이 모여 인생의 전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봄의 약동하는 기운을 일 년 내내 유지할 수 있다면 누구나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의 봄은 10대와 20대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시기에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희망했느냐에 따라 인생의 향방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바로 이 청춘의 시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잡아함〉 가운데 ‘노부부경’은 젊은 시절을 잘 보내야 하는 이유를 아주 실감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느 때 부처님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습니다. 그 때에 부처님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셨습니다. 아난다 존자는 부처님의 뒤를 따랐습니다.

한 곳에 두 늙은 남녀가 있었는데, 그들은 부부로서 나이도 많고 감관은 허물고 등은 굽어 갈고리와 같았습니다. 그들은 마을 뒷골목의 누더기 사르는 곳에서 불을 향해 쭈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부처님은 늙은 부부를 보시고 존자 아난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저 두 부부가 나이는 많고 등은 굽어 갈고리와 같으며, 불을 향해 쭈그리고 앉은 것이, 마치 늙은 따오기가 욕심으로 서로 보는 것 같음을 보는가?”

“보나이다. 세존이시여.”

“저 두 늙은 부부는 젊은 때의 건강한 몸으로 부지런히 재물을 구하였더라면 사위성에서 첫 째 가는 부자가 되었을 것이요, 만일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워 부지런히 닦아 익혔더라면 아라한의 첫째가 되는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다음 두 번째 시절의 건강한 몸으로 부지런히 재물을 구하였더라면 사위성에서 둘째가는 부자가 되었을 것이요, 만일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웠더라면 ‘아나함과’를 증득하였을 것이다. 셋째 시절의 중년의 몸으로 부지런히 재물을 구하였더라면 사위성에서 셋째 가는 부자가 되었을 것이요, 만일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웠다면 ‘사다함과’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늙고 감관은 허물어졌고 재물은 없고 방편도 없으며 감당할 능력도 없어, 재물을 구해도 능력이 없고 또 사람에게서 뛰어나는 법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마치 동화 속의 베짱이를 연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청춘 시절에 부지런히 일하지 않고 노년을 맞아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는 가련한 인생. 봄에 씨를 뿌리지 않은 사람은 가을이 되어도 거둘 것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누구에게나 몇 번의 기회가 찾아오지만, 천성이 우둔하고 게으르면 그 기회가 기회인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야 기회를 알아 때에 맞게 처신을 할 수 있습니다.

근면과 성실. 새봄을 맞아 이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인생에 특별한 왕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이 단순한 이치 속에 삼라만상의 인과가 들어 있으니, 새봄을 맞아 꽃놀이에 정신이 팔려 씨 뿌리는 시기를 놓쳐 버린다면 겨울에 헐벗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절에 맞춰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삶의 지혜입니다. 얼었던 개울물이 풀리면 농부들의 일손도 바빠집니다.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를 놓치면 농사를 망치는 줄 알기 때문에, 때에 맞춰 밭갈이를 하고, 모종을 틔우고, 물을 대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도 결국 한 해의 농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때에 맞춰 준비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의 행복과 불행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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