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 1984~2014-종교단체와 종교인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는 30년 전과 비교할 때 심각할 정도로 각박해졌다. 종교인 중에는 불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각박했다. ‘자비와 사랑의 실천 정도’를 묻는 질문에 ‘지키고 있다’고 응답한 불자들은 일반인 평가에서 32%, 종교인 평가에서 41%였다. 30년 전 59%·74%와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수치다. 개신교(일반인 47%ㆍ종교인 74%)와 천주교(일반인 39%ㆍ종교인 60%)도 ‘지키고 있다’는 응답이 낮아졌지만, 불교에 비해서는 낙폭이 작았다. 불자들의 각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말까지 3개월 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한 ‘사랑의 온도탑’도 겨우 100도(100.5도)를 넘겼다. 모금회 직원들이 성금 유용 등 비리를 일으켰던 2011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경기 침체의 여파도 있겠지만 경제적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연말연시에만 반짝 관심을 쏟다가 사라지는 자비와 사랑에는 진정성 많이 결여돼 있다. 자비심의 발로보다는 생색내기용이나 자기 위안용의 비중이 더 높지 않은지 돌이켜보자.

설을 앞두고 전국에 걸쳐 일어나는 ‘대이동’을 보면 국민 대다수는 음력설을 센다. 어려운 이웃들이 힘든 시기도 바로 이 즈음이다. 마침 천태종 구인사가 단양경찰서와 함께 지역 어려운 이웃에게 쌀과 생필품 등 설 선물을 전달한다는 소식이다. 구인사 외에 전국 각 사찰과 불교계 복지관에서도 정을 나누는 행사가 다채롭게 열릴 것이다. 불자들이 자비행에 동참할 좋은 기회다. 자비와 사랑은 연말연시나 명절에만 반짝 행하는 연례행사가 아니다. 1년 365일 떠올리고, 실천해야 한다. 복덕 짓는 일은 불자의 권리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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