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생각을 알려고 하면
그것은 불꽃같은 마음 때문이다.
온갖 불꽃같은 마음 버려라.
거기서 욕심은 그치어 쉬느니라. 

<잡아함> ‘오왕품 4’에 나오는 게송입니다. 아함부 경전에는 ‘불꽃’이 많이 등장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인간의 욕심을 타오르는 불길로 표현하셨습니다. 마음의 불길, 생명을 태워버리는 그 파멸의 불길이야말로 불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행자란 번뇌의 불길을 다스리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부터 솟구치는 불길을 다스리지 못하면 그것이 만병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수행은 마음의 불길을 끄는 일이고, 거기서 불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화재사고의 원인

올 겨울은 유난히 화재(火災) 뉴스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인간에게 불과 물은 생명과도 같이 귀한 것이지만, 그것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형벌이 되기도 합니다. 불의 발명이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 되게 했지만, 수많은 인간이 불로 인해 고통 받는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의 불꽃은 눈에 보이지 않고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탐욕의 불꽃과 성내는 불꽃 그리고 어리석은 불꽃이 있습니다. 삼독(三毒)의 불꽃입니다. 삼독, 탐진치를 모르는 불자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세 가지 독소를 뿌리 뽑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삼독의 불길이 자기 자신을 태워 버린다는 절실함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삼독의 불길은 마음의 문제일 뿐,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불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은데, 보이지 않는 불을 관리하는 게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그러나 한 번의 실수로 아파트가 타 버리고 수많은 사람이 살상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듯, 한 번의 방심으로 일으킨 번뇌의 불꽃이 청정한 불성을 태우고 억겁의 지옥고를 만들어 냅니다.

마음의 불길이 꺼진 상태를 니르바나, 열반이라고 합니다. 탐욕의 불길이 사그라져 절대 평온의 경지에 이르면 그것을 열반적정(涅槃寂靜)이라고 합니다.

<금강경>에 대해 남다른 학식을 자랑하던 덕산선감(德山宣鑑) 스님을 깨우치게 한 것은 용담숭신(龍潭崇信) 스님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으로 돌아가려는 덕산스님에게 용담 스님은 등불을 줍니다. 덕산 스님이 방문을 열고 등불을 비춰 신발을 찾으려는 순간에 용담 스님은 훅! 등불을 꺼버립니다. 그 순간 덕산스님은 크게 깨칩니다. 분별하고 교만하던 마음의 불이 꺼진 것입니다. 집착의 불이 꺼짐으로 진리의 불이 켜진 것입니다. 그래서 덕산 스님은 애지중지하던 책들을 태워 버립니다. 그 행위는 이제 진리의 불꽃이 일었으니 분별망상을 일으키던 원인을 태워버린다는 상징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그침없는 삼독의 불길

삼독의 불길은 그침이 없습니다. <법화경>의 ‘삼계화택(三界火宅)’ 비유 역시 탐진치의 불길에 빠져 있는 중생을 깨우치는 가르침입니다. 불길을 벗어나면 온갖 진귀한 보물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 불길 속에서 당장의 탐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중생의 모습입니다.

불이 없으면 하루도 못사는 것이 인간입니다. 마음의 불길을 다스리지 못해 현실의 불길마저 소홀히 하다가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것도 인간입니다. 몸 안의 불꽃과 몸 밖의 불꽃은 둘이 아닙니다.

마음이 몽매하고 탐욕에 사로잡혀 부실공사를 하고, 그로인해 대형 화재가 발생합니다. 작은 탐욕의 불꽃을 방치하면 억겁 윤회전생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방심속에 불행의 불씨가

우리가 겪는 크고 작은 화재사고의 이면에는 마음속에 이글거리는 삼독의 불길이 있습니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먼 마음에 대형화재의 불씨가 있고, 설마하고 방심하는 마음에 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불행의 불씨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마음의 불을 끄는 지혜와 마음속에 불행의 불씨를 기르지 않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보자’라는 표어가 있듯이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쉼 없이 조심하고 다시보아야 합니다.

현대의학에서도 모든 병의 근원이 마음의 화에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고 명상을 하는 등 ‘마음 다스리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사회는 힐링이 대세입니다. 이 역시 끓어오르는 화를 다스려 평온을 유지하고 그로부터 행복해 지려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불교는 마음의 불을 끄는 지혜를 가르치는 힐링의 종교이고 웰빙의 종교입니다. 자신의 평온을 이웃에 나누는 것이 보살행입니다. 세상이 각박한 것은 저마다의 마음에서 치솟는 불길을 끄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타는 집에서 어서 나오라는 부처님의 외침이 들리지 않습니까? 온갖 진귀한 보물을 줄 테니 어서 나오라는 저 자상한 부처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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