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결과 나타나지 않아도
기다릴 수 있는 성숙한 소원
성취 가능성 가장 높아


2015년 을미년(乙未年)은 청양(靑羊)의 해라고 한다. 10간(干) 중 을(乙)은 오행(五行) 중 목(木)인데 목의 색깔은 푸른색이며 12지(支) 중 미(未)는 양이니 청양 띠가 된다. 양은 부드럽고 온화한 성격의 동물이며 푸른색은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새해를 맞아 사람들은 이러한 청양의 기운을 얻고자 하며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그러면 소원이 어떻게 성취될 수 있는가?

먼저 이 우주에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면 아무 소원이나 들어주지는 않을 것 같다. 노자는 “천지는 인자하지 않아서 만물을 풀 강아지 같이 여긴다(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고 했다. 불교의 정법(다르마) 역시 객관적인 법칙이지 어떤 사람을 위해 특별히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다. 전지전능한 존재라 해도 인간의 소원을 무엇이든지 들어주지는 않을 것임은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명확해진다. 전지전능한 존재는 말 그대로 전지전능하므로 들어줘야 할 소원과 들어주어서는 안 되는 소원을 모두 알 것이기 때문이다.

전지전능은 한 쌍의 단어다. 모든 것을 다 알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려면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 우주가 결국은 카오스(Chaos, 혼돈)가 아니라 코스모스 (Cosmos, 조화)인 것은 우주는 하나의 정보체계로서 자체에 전지전능한 능력이나 법칙이 있어 성취시켜도 좋을 소원만 성취시켜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떤 종류의 소원을 빌어야 할까?

소원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성취될 가능성이 큰 소원은 우주의 이법(理法)에 합당하고 원하는 바를 꾸준히 기다릴 수 있는 성숙한 소원이라 할 수 있다. 성숙한 소원을 가진 사람은 삶의 모든 생각과 행동이 소원성취를 향해 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 그런 사람은 소원의 목표만이 아니라 소원 자체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소원하는 일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소원을 포기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머니의 소원이 아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면 당장의 결과가 소원과는 거리가 멀다 하더라도 어머니에게는 그런 소원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다. 어머니의 그런 소원은 성취될 가능성이 크다. 성취 가능성이 큰 소원은 천지신명도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호소력을 가진 소원이며 소원 자체에 가치를 두어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그런 소원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분별력과 추리력 그리고 판단력을 가능케 하는 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팔정도의 정견(正見)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방향을 정하기 위해 추리하며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막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지쳐있는 사람이라면 오아시스가 어디에 있는지를 탐지하고 그것을 찾아가는 것이 소원이 될 것이다. 신기루를 오아시스로 착각해서는 안 되며 지금 자신이 가진 자원의 한계를 알고 최선의 추리를 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래서 7세기 불교논리학을 대성한 법칭(다르마키르티)은 그의 저서 〈불교인식논리학〉에서 “바른 인식은 사람의 모든 원(願)을 이루는 데에 반드시 선행한다”고 갈파했던 것이다.

진취적이고 온화한 청양의 기운이 감도는 2015년 새해에 우리 모두 천지신명도 감동할 만한 지극한 원을 세워서 바른 인식으로 원만히 성취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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