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서울 삼룡사, 중랑구민회관서 ‘孝’음악제
삼화합창단ㆍ인씨엠필하모닉 등 출연 감동 선사

▲ 천태종 총무원이 주최하고 서울 삼룡사가 주관한 이웃과 함께하는 효 나눔 음악제가 12월 14일 서울 중랑구민회관에서 열렸다.

‘… 아버님의 높은 은덕 하늘에나 견줘볼까. 어머님의 중한 은덕 땅에다가 비유할까. 하늘 은혜 땅의 은혜 그 은혜 크다 하나 부모님의 크신 은덕 하늘땅을 넘어서라 …’(‘부모은중송’ 중에서)

듣기만 해도, 부르기만 해도, 그저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절로 붉어지는 이름 ‘어머니, 아버지’. 한 해의 끝자락에 부모의 은덕을 기리는 <부모은중경>을 노래로 만든 <부모은중송>이 무대에 올려져 세상 모든 자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천태종 총무원이 주최하고 서울 삼룡사가 주관해 12월 14일 오후 7시 서울 중랑구민회관에서 개최한 이웃과 함께하는 ‘효(孝) 나눔 음악제’에서다. 무대에는 삼룡사 삼화합창단, 안정욱 아리랑예술단, 인씨엠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소프라노 황상미ㆍ메조소프라노 김향은ㆍ테너 김태환ㆍ베이스 박경태ㆍ피아노 박은영 씨가 섰다. 예술감독 겸 지휘는 성악가 김재일 씨가 맡았다.

음악제는 안정욱 아리랑예술단이 창작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문을 열었다. 이 창작무용의 줄거리는 아들을 보고 싶어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짜증만 내던 아들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고 뒤늦은 후회를 한다는 내용이다.

공연장을 감싸고 있던 어둠이 걷히고 무대에 조명이 비치자 엄마와 아들의 대화가 음성으로 흘렀다.

# 장면1
엄마 : 아들, 오늘 일찍 오는 거야?
아들 : 나 오늘 친구들 만나기로 했어. 못들어올지도 몰라.
엄마 : 그럼 내일은?
아들 : 내일은 여자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엄마 : 아, 다음주면 군대 가는 녀석이 엄마는 우리 아들 언제 봐?
아들 : 보긴 뭘 봐, 집에서 맨날 보는데. 됐고, 나 20만원 만 줘.
엄마 : 저번에 준 거 벌써 다 썼어.
아들 : 어. 준 게 언제다 다 썼지. 빨리 나가야 돼, 빨리 줘.
엄마 : 아니 엄마가…
아들 : (화를 내며 큰소리로)달라고….
아들 : 갔다 올께. 쾅(문 닫는 소리).

# 장면2
띠리리리~, 띠리리리~
아들 : 네, 엄마.
엄마 : 아들 바쁘니?
아들 : 네 바빠요. 왜요
엄마 : 아니, 아니 반찬 좀 주려고 00오라고 그랬는데, 00도 바쁘다네.
아들 : 엄마, 00도 회사일로 바빠요. 먹는 거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좀 놔두세요.
엄마 : 얼굴 본지도 오래돼서. 이번 주말에 집에 한 번 들리지 아들. 보고 싶어.
아들 : (한숨을 쉬며)흠. 알았어요. 나중에 시간나면 들를게요. 바쁘니까 끊어요.
엄마 : 아들, 아들…. 엄마는… 우리 아들 보고 싶은데….

내레이션은 끝이 나고, 이생의 인연을 다한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들은 통곡한다. “엄마, 잘못해어요. 엄마, 잘못했어요.” 슬퍼하는 아들을 향한 엄마의 애절한 목소리가 공연장 안을 가득 채웠고, 객석에 앉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아들아 슬퍼 마라, 아들아 울지 마라. 아들아, 이 어미를 그리워마라. 나는 그저 한 아들의 어미이고 싶었을 뿐, 그저 한 사내의 아내이고 싶었을 뿐, 수많은 이름을 가진 꽃들 중에 한낱 잊혀진 들꽃일지라도 꽃으로 피고 싶었다. 내 한낱 잊혀질지라도 소리 내어 울부짖고 싶었다.

가슴에 눈물로 키운 꽃일지라도 핏빛 붉게 피고 싶었다. 내 사내에게서, 내 아이에게서 살지도 못하고, 떠나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고, 나는 그저 시커먼 몸으로 무덤을 쌀지라도 억압되고 쓸쓸한 고독일지라도 이 가슴 시리도록 살고 싶었다. 내 잊혀진 이름, 핏빛 붉게 멍든 내 잊혀진 이름, 그러나 아들아 이 어미는 죽어서 죽어진 언제나 가엾은 내 아들을 보고 있다.

아들아 슬퍼마라. 아들아 울지 마라. 그리고 너를 헛되이 탐하지도 버리지도 말아라. 눈을 감으면 이 어미가 있을 것이고, 손을 내밀면 이 어미가 잡을 것이니, 그렇게 내 품이 너의 곁에 있을 것이니, 언제나 너를 보는 이 어미를 잊지 말거라. 아들아, 사랑한다.

이 세상 지도록 사랑한다. 세상이 모두 닫혀 어둠만이 있다 할지라도 빛을 담은 달이 되어라. 내 그 달을 품은 해가 될 터이니. 어둡다 두려워마라, 외롭다 울지 마라.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 슬픈 잠에서 깨거라. 이제 곧 아침이 오리니. 내 아들아, 내 아들아 사랑한다.

“눈을 감으면 이 어미가 있을 것이고, 손을 내밀면 이 어미가 잡을 것이니, 그렇게 내 품이 너의 곁에 있을 것이니, 언제나 너를 보는 이 어미를 잊지 말거라. 아들아, 사랑한다.”는 이 말 속에 담긴 어머니의 사랑이 절로 느껴졌을 터.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흐느낌이 바로 그것이었다.

창작무용 공연이 끝나고 김재일 지휘자와 인씨엠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소프라노 황상미ㆍ메조소프라노 김향은ㆍ테너 김태환ㆍ베이스 박경태ㆍ피아노 박은영 씨, 그리고 삼룡사 삼화합창단원들이 무대에 섰다.

이들은 광덕 스님이 <부모은중경>을 찬미한 시에 박범훈 씨가 곡을 붙인 국악교성곡 ‘부모은중송’을 서양음악인 칸타타(17~18세기 바로크 시대에 성행한 성악곡의 한 형식)으로 편곡, 대합창으로 큰 울림을 주었다.

‘부모은중송 ’은 제1장 서분(序分, 부모님의 중한 은덕, 회심, 부모님의 크신 은덕), 제2장 정종분(正宗分, 어머님의 온정, 부모님의 가르침, 깊고 넓은 부모 은덕,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제3장 기원송(祈願頌, 내 생명의 뿌리이어라, 아! 삼보이시여, 나무석가모니불)로 구성됐다. 출연진들은 ‘부모은중송’이 끝난 뒤 피날레 곡으로 ‘어머니의 마음’이 흘렀다.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출연진들과 함께 이 곡을 합창했다. 노래를 부르는 도중 가족들과 함께 온 가장, 50대의 여성, 70대의 어르신의 눈에 눈물이 맺혔고, 소리 내지 않으려는 몸의 흐느낌도 주위를 숙연케 했다. 부모가 아닌 자식들을 위한 ‘효 나눔 음악회’는 그렇게 끝이 났다.

‘부모은중송’ 공연에 앞서 춘광 스님은 법어에서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춥고 쓸쓸하게 겨울나고 있다. 불자들이 자비 실천하고 대승보살 행원을 드러낼 때 세상은 더욱 따뜻해지고 자신도 행복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모없이 태어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부모님 은혜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오늘의 이 공연이 은혜를 갚는 삶, 자비를 베푸는 삶의 길을 닦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현생의 부모는 물론 억겁의 과거생의 부모인 이웃들을 위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음악제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보살도를 실천하는 법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기원했다.

공연이 끝난 뒤 삼룡사 주지 도웅 스님은 무대에 올라 “2014년도 마무리 돼가고 있다. 자칫 잊고 살기 쉬운 효 사상을 다시 한 번 고취하고자 이 뜻 깊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음악제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옛말에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효도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 음악제가 부모의 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음악제에는 천태종 규정부장 용문 스님, 나진구 서울 중랑구청장, 박홍근 중랑을 국회의원, 삼룡사 불자, 중랑구민 등 800여명이 함께 했다.

▲ 법어를 하는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 스님.
▲ 인사말하는 삼룡사 주지 도웅 스님.
▲ 안정욱 아리랑예술단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 칸타타 부모은중송의 문을 여는 법고 시연.
▲ 효 나눔 음악제에는 삼룡사 불자, 중랑구민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 효 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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