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8년 갑오년이 저물고 있다. 한 해를 보내고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하느라 전국 사찰과 주요단체들은 송년법회를 치렀거나 앞으로 치를 행사 준비에 바쁜 모습이다. 올해를 거울삼아 내년의 행복을 설계하며 ‘송구영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가 돌아봐야 할 이웃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저런 송년모임에 들떠 있을 때 깊은 시름과 한숨을 감추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서민들이 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릴수록 겨울나기에 벅찬 신음을 토해내는 이들에겐 자비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불교계 복지기관과 제단체를 중심으로 김장과 연탄 등 겨울나기에 필요한 물품을 저소득 가정에 전달하는 행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어 미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겨울 김장나눔을 실시했다고 본지에 알려온 천태종 사찰만 해도 단양 구인사를 비롯해 서울 관문사, 부산 삼광사, 대구 대성사, 인천 황룡사, 울산 정광사, 분당 대광사, 청주 명장사, 부산 광명사, 강릉 삼개사, 진해 해장사, 청송 장안사 등으로 자비실천이 전국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연초 생활고를 비관한 나머지 자살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을 접했었다. 아무리 국민총소득이 올라간다고 해도 우리 주변엔 이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만큼 절박한 삶을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려운 이웃을 향한 자비행은 습관처럼 행해져야 한다. 특히 보살의 필수덕목인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추구하는 불자들로선 지극히 당연한 행위다. 상월원각대조사께서도 평소 “관세음보살에게 개인의 구원만 요청해서는 안 된다. 관세음보살과 같은 보살행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이타행이 활발히 전개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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