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현대사회는 참으로 복잡다단한 삶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과 생활에 필요한 장비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인간관계 역시 복잡다단하게 얽어져 툭하면 갈등과 대립을 유발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요즈음 힐링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본의 아니게 쉽사리 몸과 마음이 지치는 일이 많고 이를 고치기 위해 힐링에 의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서점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책들이 주로 명상서적이나 심리학 종류들입니다. 이러한 책들은 현대인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주는 데 기여한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은 목표를 향해 뚜렷하게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활달한 기운을 유지케 하면서 창의력을 높여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란 뜻대로 쉽지가 않습니다. 내 마음을 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답보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현대인들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것이 힐링이며 힐링과 관계된 공간 및 프로그램에 의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힐링(healing)’은 치유를 뜻하는 영어로서 불교의 가르침과 매우 가깝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는 뜻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의미하듯 불교는 마음을 가르치는 종교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잡아함경>에서는 안락한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덧없는 생각들을 끊어야 한다. 그러면 마음이 넉넉하고 안락하리라. 무엇이 덧없는 생각인가? 육신에 매달리는 것이 덧없는 것이다. 좋고 나쁜 느낌에 매달리는 것이 덧없는 것이다. 보고 느낀 생각들이 덧없는 것이다. 자기 중심적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것이 덧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때 주변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머리를 깎는다거나 침대를 바꾸거나 새 옷을 사 입거나 하는 등의 방법으로 마음을 조절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오로지 마음을 스스로 고요하게 가질 것을 제자들에게 당부하셨습니다. 즉 마음이 고요한 사람은 시장터에 있어도 평안하지만, 마음이 번다한 사람은 외딴 섬에 홀로 있어도 고요함을 얻을 수 없는 법입니다.

옛사람들에서도 마음이 맑고 순일하면 뜻하는 바를 성취했고, 반대로 어둡고 조급하며 혼란스럽게 마음을 움직인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이렇다 할 바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조선시대의 문신 안정복은 그의 저서 <순암집>에서 마음에 대해 이렇게 다스릴 것을 피력해 놓고 있습니다.

“내 몸의 본체는 고요하나 내 몸의 작용은 느끼는 것이 많다. 고요할 때 보존하여 물처럼 담박하니 움직이면 살피되 낌새를 잘 살펴라. 어둡기 쉽고 혼란스럽기 쉬우니 언제나 조심하고 사사로운 취향과 욕심을 끊고 온갖 잡념을 없애라. 혹독한 관리가 조사하듯 샅샅이 살피고 무엇 하나 남기지 말고 촘촘한 빗자루로 먼지 쓸 듯 하라. 오랜 시간이 지나면 공부가 깊어져 나의 참마음과 참모습을 되찾으리라.”

안정복은 또 마음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눈과 귀와 손과 발과 입도 경계해야 할 내용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눈에 대해선 “착함을 보면 반드시 밝게 하고 악함을 보면 반드시 어둡게 하라. 올바르지 않은 색은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나니 너의 눈을 거두어들여 밖으로 내달리게 하지 말라.”고 했고, 귀에 대해선 “선한 소리를 들으면 반드시 귀를 세우고, 악한 소리를 들으면 귀머거리가 되어라. 음탕한 소리는 참마음을 해치나니 너의 귀를 거두어들여야 정신이 안으로 가득하리라.”고 했습니다. 특히 입에 대해 안정복은 “말로 마음이 드러나니 길흉, 선악이 여기서 드러난다. 음식으로 몸을 기르나니 장수와 요절, 삶과 죽음이 여기에 달려 있다. 이로써 성인은 말을 삼가고 음식을 조절하나니 마음을 맑히는 요지로다.”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보다 ‘어떻게 되겠지’하는 안일한 마음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쪽으로 마음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예기치 않은 시련이 설혹 발목을 붙잡고, 우울과 강박증이 내 심신을 옥죄며, 희망보다 절망의 깊이가 더해진다면 불자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 사회학자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종교활동으로 맺어진 관계와 심리상태가 일반인에 비해 긍정효과를 더 높게 발휘한다고 합니다.

중국 남송시대의 선승 대혜종고(1089~1163) 선사는 “조용한 곳만을 찾는 이는 마치 검은 산 밑에 있는 귀신 소굴에서 사는 것과 같다. 시끄러움과 조용함에 끄달리지 않고 고요함을 잃지 않는 것만이 진정한 공부인이다”고 경책했습니다. 진실로 건강하고 활활발발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마음을 잘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불교의 요체는 다름 아닌 마음공부에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자신입니다. 자신의 존재감은 마음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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