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불교는 지혜의 종교입니다. 따라서 어리석음을 물리치고 지혜로움을 좇는 이를 불자라고 말합니다. 경전에서도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가르침이 곳곳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증일아함경〉에선 “어리석은 사람과 만나지 말고 그와 더불어 일하지 말고 옳고 그름을 다투지도 말라. 어리석은 사람은 나쁜 일을 제멋대로 하나니 바른 생각 벗어나 삿된 소견만 날로 늘어나느니라. 어리석은 사람과 사귀면 믿음이 사라지고 계행과 지혜가 없어지나니 삿되고 악한 벗과 사귀지 말라”며 어리석은 사람과 만나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또 “어리석은 사람으로부터 칭송을 듣기도 하고 유식한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듣기도 한다. 어리석은 사람의 칭송보다는 유식한 사람의 비난이 더 낫다. 욕망에 의한 쾌락도 있고 혼자 멀리 떨어져 사는 데서 오는 고통도 있다. 욕망에 의한 쾌락으로부터 오는 즐거움보다는 혼자 멀리 떨어져 사는 고통이 더 낫다. 부정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방법도 있고 법대로 살다가 죽는 경우도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살아가기 보다는 법대로 살다가 죽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경전에서는 어리석음을 경계하고 늘 지혜롭게 살 것을 강조합니다.

어리석은 이와 지혜로운 이의 차이는 확연하게 나타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실수를 했을 경우 자신이 잘못했다고 말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남들이 잘못했다고 탓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쓰러져도 혼자의 힘으로 바로 일어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쓰러지면 다른 사람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고통을 겪을 때 떳떳이 감수하여 이겨내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고통을 겪을 때 불평과 불만을 앞세웁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아랫사람 뿐 아니라 어린아이에게도 사과할 줄 알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지혜있는 사람에게도 고개 숙이지 않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주어진 일을 마치려 소리 없이 최선을 다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요란한 수레처럼 소리만 대단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내질 못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가시겠습니까? 응당 누구나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길 원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지혜롭게 처신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방편을 일러주고 계십니다. 지혜는 게으름을 멀리합니다. 게으른 이들은 결코 지혜를 이룰 수 없습니다. 끊임없는 정진과 수행이 지혜로 나아가는 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혜는 또 두려움과 대척관계에 있습니다.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한 지혜는 깃들 수 없습니다. 용맹과 정진으로 무장할 때 지혜로움이 빛을 발합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하고 나무라는 이야기는 〈이솝우화〉에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음의 내용은 어리석음을 비꼬는 대표적인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어떤 사람이 아이티오피아인을 노예로 샀다. 그는 노예의 살빛이 까만 것은 전 주인이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노예를 집으로 데려와 하얗게 만들려고 온갖 비누로 씻어내고 문지르고 닦아도 까만 살빛 그대로였다. 어리석은 그는 결국 노예의 살빛을 바꾸지 못한 채 과로로 몸져 눕고 말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리석음을 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이 〈이솝우화〉의 이야기처럼 어리석음은 사실 인간의 속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리석은 인간이 어리석지 않으려고 애쓰는 자체가 모순입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1934~)은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을 개척한 인물입니다. 행동경제학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것이라 여겼던 인간들의 이상을 무너뜨립니다. 인간들이란 대개 성급하게 판단하고, 또 성급하게 내린 결론을 어쩌지 못해 늘 그럴듯한 변명으로 일관합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행동경제학’을 ‘덜 익은 포도송이라며 발길을 돌리는 여우’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굶주린 여우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포도덩굴에 포도송이가 매달린 것을 보고 따먹으려 했으나 딸 수가 없게 되자 여우는 “이 포도송이들은 아직 덜 익었어”라며 중얼거리곤 떠났다는 일화에 빗댄 것입니다. 즉 인간의 어리석음이란 ‘노예의 원래 살빛이 검은 줄 모르고 비누칠을 해대는 주인’이나 ‘덜 익은 포도송이라며 발길을 돌리는 여우’의 예처럼 본성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불교는 이러한 어리석음을 벗겨내는 길을 제시하는 종교입니다. 그리하여 불교에선 욕심과 아집·편견을 버릴 것을 우선 주문합니다. 이를테면 잘나야 한다는 마음의 집착, 돈에 얽매이는 생활의 구속,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자신이 원하는 것은 모두 가져야 한다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입니다. 더불어 어리석은 사람을 친구로 두는 행위는 ‘자살골’을 넣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즉 더 깊고 절망적인 어리석음으로 자신을 몰고 가는 행태라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그래서 말씀하십니다. “현세에서 편안하고 행복하려면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라.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이끌어야 하며 늘 어리석음을 멀리하고 착한 친구와 사귀어야 한다” 선우를 가까이 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할 때 지혜가 깃듭니다. 늘 지혜로운 사람이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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