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단의 불교계 현실
‘전체’ 의미하는 용어로
오해 받는 ‘부분’ 없어야

불교계에서는 ‘한국불교’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자주 듣는다. 그런데 이 ‘한국불교’라는 말은 사전에 없다. 인터넷 사전 검색에서 ‘한국불교’를 찾아보면 ‘한국의 불교’로 분류되어 긴 설명이 따라 붙는다.

그렇다면 불교계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한국불교’라는 말은 관습적 용어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확한 의미 규정 없이 통용되는 말이라는 것이다. ‘한국불교’라는 용어는 사전에 나오는 ‘한국의 불교’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용어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불교. 사전에서 설명하는 한국의 불교는 6세기 이 땅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 다양하게 전승되어 온 종교적·문화적·역사적 의미를 두루 포함한다. 오늘날 불교계에서 ‘한국불교’라는 말을 할 때 역시 우리 시대 불교가 가진 종교·문화·역사 등 다각적인 가치를 포함하는 것일 게다.

필자는 무엇 때문에 이 ‘한국불교’라는 단어를 이토록 장황하게 설명하려 하는가? 오늘날 불교계에서 ‘한국불교’라는 말이 ‘다소 불편하게’ 혹은 ‘지나치게 관습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어서다. ‘다소 불편하게’와 ‘지나치게 관습적으로’의 간격은 그리 넓지 않지만.

한국불교’라는 말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경우는 이런저런 주장을 담은 성명서들이다. 특정인 혹은 집단의 주장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성명서의 본질이지만, 근자에 불교계 매체에 보도된 성명서들은 ‘한국불교의 위기’ 혹은 ‘한국불교의 청정성 회복’, ‘한국불교의 침몰’, ‘한국불교 쇄신’ 등의 용어들을 그야말로 관습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성명서에 쓰이는 ‘한국불교’라는 말이 지나치게 관습적이어서 불편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성명서가 대부분 대한불교조계종(이하 조계종)의 내부 상황과 관련된 갈등 내지는 대립 구도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의 불교는 다종단 불교다. 한국은 다종교 국가이고 한국의 불교는 다종단 불교인 것이다. 28개 종단이 소속된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국제 사회에서 한국불교의 대표 기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소속되지 않은 종단의 수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이러한 다종단적 상황에서 ‘한국불교’라는 용어가 한 종단의 내부적 상황과 관련해 ‘위기’ ‘침몰’ 등의 꼬리를 달고 사용되는 것에는 성찰의 여지가 크다. 자칫 부분이 전체를 왜곡시킬 수 있는 것이다. 조계종이 갖는 대표성과 상징성 등의 크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도 부분이다.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상황을 배경으로 쏟아져 나오는 성명서들에 인용되는 ‘한국불교’라는 용어가 오늘날 한국의 모든 불교로 이해될 때, 부당하게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종단 내지 단체들이 있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조계종의 성명서들에 인용되는 ‘한국불교’라는 용어가 부적절하지 않다면, 그만큼 조계종이 안고 있는 책임감도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종교의 한국 종교계, 다종단적 상황의 불교계. 이 구도의 속사정은 매우 치열하다. 그 속에서 ‘한국불교’의 좌표는 그리 안정적이지 못하다. 내년이면 10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인구주택센서스가 실시된다. 그 통계 결과에 ‘한국불교’의 윤곽이 보일 것이다. 그때는 어떤 성명서가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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