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 스님 입적 10주기를 맞아 그 제자들이 세계 각국에서 찾아와 다채로운 추모 행사를 열었다. 특히 지난 25일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국제 선 워크숍’은 숭산 스님의 추모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선 수행을 통해 삶의 방향을 제시한 행사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워크숍에는 금융컨설턴트, 의학박사, 생태학자 등 다양한 계층에서 입지를 굳힌 숭산 스님의 외국인 제자들이 나와 선수행담을 들려줬다. 이들은 한결같이 “서양 사람들이 경험한 선 또는 불교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믿음을 갖게 하는 종교”라고 설명했다. 또 “선 불교는 외부의 어떤 힘에 기대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믿도록 하는 연습”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다수의 한국 젊은이들에게 불교는 ‘할머니 종교’다. 그들은 불교를 무속과 동일시 여기고, 불교가 정신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실제 불교 신자의 연령분포를 살펴보면 다른 종교에 비해 노년층의 비중은 높은데 반해 젊은 세대의 비중은 극히 낮다. 고학력층의 불교신자 비율도 별로 다를 바 없다. 한국불교계가 분노와 좌절·고뇌에 휩싸여 있는 이 땅의 젊은 세대에게, 또한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은 고학력층에게 선 불교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날 워크숍은 명목상 한국 젊은이들에게 선 불교적 관점에서 삶의 이정표를 세우게 하려고 마련한 행사였지만, 오히려 숭산 스님 개인이 미국·유럽 등 각국의 젊은이에게 보여준 불교의 매력을 왜 한국불교계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지를 되묻게 한 행사였다고 하겠다. 이 화두를 불교계가 어떻게 풀어낼지에 한국불교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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