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부처님은 〈출요경(出曜經)〉 ‘이양품(利養品)’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밖으로 적을 물리치고 안으로 간사한 놈들을 잘 막는 것을 대장이라고 한다. 만일 대장으로서 그 생각이 여러 사람 중에서 뛰어나지 못하고 한갓 이름만 탐내어 적 속에 깊이 들어가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어떻겠는가? 혹은 안으로는 겁쟁이로서 밖으로만 사나운 모양을 나타내어 싸울 때에는 적을 두려워해 물러나고 상 줄 때에는 함부로 남 앞에 서려한다면 어떻겠는가? 이런 대장은 스스로 자기 몸을 편안하게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남까지도 편안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이 말씀을 대할 때마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유명세를 타는 공인일수록 더욱 엄격하게 주위를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최근 자신의 주위를 엄격히 다스리지 못해 사회의 지탄을 받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군대에 간 아들이 후임병사들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사고 있는 도지사가 뉴스의 중심에 있습니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성룡도 아들이 대마초를 흡입해 마약수사대에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성룡은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공인으로서 부끄럽고 아버지로서 매우 슬프고 실망스럽다”고 심경을 전했지만 사전에 엄한 교육을 하지 못한 책임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지위가 높이 올라가고 대중 인지도 또는 유명세가 큰 사람일수록 자식을 비롯한 혈육들에 대해 보다 세심하고 엄격한 교육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래야 언제까지든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고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식솔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는다고 고백합니다. 자신이 바깥 일에 몰두하다 보니 식구들에게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도리어 머리를 숙이고 사과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나약한 관리가 아들의 병영생활을 비극으로 몰고 가는 사태를 부르는 요인이 됩니다. 유명배우의 아들로서 모범이 되어야 할 자식의 처신이 역으로 세간의 조롱과 지탄을 사는 빌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부처님은 일찍이 이 같은 일을 경계하셨습니다. 그 대표적인 가르침이 외사촌 팃사와 외아들 라훌라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그 무렵 팃사도 기원정사에 있었는데 부처님과 외사촌이라는 관계를 내세워 거들먹거렸습니다. “나는 부처님과 외사촌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공경할 필요도 없고 거리낄 것도 없다. 두려울 것도 없고 충고를 받을 이유도 없다”고 하면서 돌아다녔습니다. 소문을 들은 부처님이 팃사를 불렀습니다. “팃사야, 듣자하니 네가 ‘나는 부처님과 형제뻘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공경할 필요도 없고 충고도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돌아다닌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습니다. 팃사가 솔직하게 시인하자 부처님은 엄하게 팃사를 타일렀습니다. “팃사야, 그래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나는 부처님 고모의 아들로 형제뻘이 되므로 누구에게나 공경해야 하고 두려워해야 하고 충고를 참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만일 이렇게 하면 사람들은 네가 ‘부처님과 형제뻘이어서 훌륭한 수행자가 되었다’고 하리라.”

이 가르침은 〈잡아함경〉38권 ‘저사경(低沙經)’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당신의 외아들 라훌라에게도 엄격하게 교육을 시켰습니다. 라훌라가 나이가 어린 탓에 버릇없는 행동을 많이 하자 장로 사리풋타에게 엄중히 교육할 것을 당부했지만 나아지지 않자 어느 날 직접 라훌라를 불러 발씻을 물을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발을 닦은 뒤 “이 물을 먹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라훌라가 “더러운 물이라 못 먹겠습니다”고 하자 이번엔 물을 버리고 나서 “그러면 이 그릇에 밥을 담아 먹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라훌라가 “더러워서 그럴 수 없습니다”고 재차 말했습니다. 부처님은 이번엔 그릇을 내던지고 물었습니다. “저 그릇이 아깝느냐?” 라훌라는 “더러운 것을 담았던 찌그러지고 깨진 것이라 아까울 것이 없습니다”하였습니다. 그때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 더러운 물은 먹을 수 없고, 더러운 그릇에는 밥을 담을 수 없다. 또한 더러운 그릇은 깨져도 아무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사람도 그와 같다. 거짓말이나 하고 버릇없이 구는 사람은 더러운 물처럼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를 내팽겨쳐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는 항상 행동을 조심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한다.” 부처님의 이 가르침 덕에 라훌라는 밀행제일(密行第一)의 부처님 십대제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불교교단은 부처님께서 먼저 자신들의 친족을 엄격히 다스리고 교육한 덕분에 누구나 평등한 공동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여러 갈등과 분란을 초래하였을 것입니다.

사회적 지위가 올라갈수록 우리는 겸손하고 하심하면서 가장 먼저 주위를 엄격히 다스려야 합니다. 현하 자식으로 인해 고개 숙이는 아버지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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