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8월 27일 오전 11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호국의승의날’ 국가기념일 제정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서명운동에 나섰다. 그동안 의승의날 제정의 필요성이 간간이 제기되긴 했지만, 종단 차원의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6월 조계종과 해남 대흥사가 추진위 구성을 결의한데 이어 종회의 지지까지 얻어 발 벗고 나섰다하니 뒤늦은 감이 있지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되돌아보면 의승군에 대한 우리 역사의 평가는 너무 인색했다. 장군이나 병사가 적과 싸우는 것은 그들의 당연한 본분임에도 ‘명장’, ‘용장’, ‘위인’으로 떠받들면서 그들 이상으로 공을 세운 승장과 의승의 전과(戰果)는 오히려 평가절하했다. 이순신이 세 차례나 조정에 상소를 올려, 의승 수군의 표창을 품신한 기록에서도 당시 의승의 활약과 조정의 편협한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조선은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삼던 나라다. 그러다보니 불교와 승려들에 대한 탄압은 극심했다. 도첩제로 인해 출가를 하려면 엄청난 재물이 필요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20여 년 전에는 나라에서 출가를 금지시키기도 했다. 의승의 활약으로 잠시 나아지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산성을 짓는데 승려를 노역으로 동원했다. 10여 년 후에는 다시 승려의 도성 출입을 금지했다. 이런 정황으로 조정에서 의도적으로 승군의 활약을 축소했으리란 추측이 가능하다.

그동안 불교계는 의승의 활약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호국의승의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화 ‘명량’의 이순신 못지않은 훌륭한 의승들이 이 나라에 많았음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홍보 책자를 만들고, 관련 서적의 출간을 돕고, 역사 교과서에 관련 내용이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승병의 숭고한 의기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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