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월정사서 ‘한암 조사의 사상과 그 영향’주제 세미나 개최

한암 스님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정(교정)을 네 차례나 역임할 정도로 근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스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암 스님에 대한 역사적인 조명 작업은 열반 50여년이 되도록 방치돼왔다.

한암 스님의 사상과 수행 등을 살펴보는 최초의 학술 행사가 4월 24일 스님의 평생 주석처였던 오대산 월정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한암선사의 선사상'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종범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은 “한암 스님의 선풍은 무념정행(無念淨行)에 그 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암집》, 《한암일발록》등에 수록된 법어와 한암 스님이 경봉 스님에게 보낸 서간문 등을 분석한 종범 스님은 “무념은 모든 사물에 마음이 물들지 않아 자연히 무수한 공덕을 이루는 것이라며, ”마치 밝은 햇살이 저절로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것과 같은 것이 곧 무념정행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범 스님은 이어 “한암 스님은 율행, 좌선, 강설, 의식, 가람수호 등이 다 구족된 무념정행을 해왔다”면서, “항상 닦아도 닦지 않는 것처럼 닦는 무념정행이야말로 한암 스님 선풍의 진면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윤창화 민족사 대표는  '한암의 자전적 구도기 《일생패궐(一生敗闕)》'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4년 전 발견한 한암 스님 관련 자료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이 자료는 한암의 나이 24세 때부터 37세 때까지 약 13년 동안의 수행 및 오도과정을 기록한 자전적 구도기이자 고백록이라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윤 대표는 “ 《일생패궐(一生敗闕)》은 한암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4차에 걸친 오도과정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스승 경허와의 관계도 매우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패궐(敗闕)이란 일반적으로 ‘결함' ‘실패‘ '잘못됨‘을 뜻하기에 '일생패궐'이란 ‘잘못 산 인생' ‘실패한 인생' 등의 뜻을 담고 있지만 한암 스님은 겸사(謙辭)로 이 말을 쓴 것이기에 ‘의미 있는 일생' 이라는 뉴앙스를 갖게 된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금강성원 원장 혜거 스님은 “이는 당당하게 한 평생을 정진해온 오도(悟道)의 살림살이, 즉 근본자리를 만천하에 천명한 것이지, 결코 회한과 비탄조의 어조가 아님이 분명하다”고 논평했다.
최병헌 서울대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학술세미나에서는 동국대 김호성 교수의 '바가바드기타와 관련해서 본 한암의 염불참선무이론(念佛參禪無二論)', 부천대 김광식 교수의 '방한암과 조계종단',  등의 주제 발표도 진행됐다.
 이어 동국대 교수 성본 스님, 신규탁 연세대교수, 고영섭 동국대교수 등이 각 주제에 대한 토론을 통해 현대 한국불교의 거목 한암대종사의 수행가풍을 재조명하고 가르침을 전승하는 시간을 가졌다.

<금강불교 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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