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목사, 기와에 적고 인증샷 SNS 올려

▲ 현직 목사 A 씨가 지난 2013년 4월 수덕사에서 찍은 사진. 사진은 해당 목사의 SNS 프로필 사진을 캡쳐한것.

현직 교회 목사가 덕숭총림 수덕사에서 ‘수덕사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무너질 것이다’고 적은 기와를 들고 사진을 찍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충남 예산군에 있는 기독교 대한성결교회 소속 B교회 담임목사인 A 씨는 2013년 4월 19일 수덕사 방문 후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다. 사진 속 A 목사가 들고 있는 불사용 기와 상단에는 ‘마태복음 24:14, 예수님’ 이라는 문구와 함께 십자가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하단에는 ‘수덕사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무너질 지어다. 이곳에 중들은 주님…돌아올 지어다’라고 적혀있다.

이는 A 목사의 사진을 SNS에서 발견한 불자가 교계 한 언론사로 제보해 알려졌다. A목사는 사진을 찍은 후 자신의 교회 예배시간에 이 같은 사실을 이야기한 후 신도들과 함께 기도를 올린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A 목사는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SNS를 통해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1년 넘게 아무 문제없이 사진이 게재돼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런 만행을 저지르다니 충격이다”, “종교지도자로서 절대 있을 수없는 일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A 목사는 20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작년 김포에 사는 청년이 다른 목사님과 예산에 놀러와 수덕사에 함께 갔다”며 “청년이 1~2만원을 주고 기와를 사서 글을 썼다. 대웅전 계단을 내려가는 중 청년이 나를 불렀고, 그때 기와의 글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글을 확인한 후 ‘이곳은 절이니 다른 사람들이 보면 뭐라한다. 조심해라’고 이야기 했지만 청년이 나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서 찍어줬고, 나에게도 권해서 찍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A 목사는 이어 “지금생각해 보니 그 당시 사진을 페이스북이 아닌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사진은 지인이 지우라고 해서 바로 지웠다. 그런데 두 SNS가 서로 연동돼 있어서 페이스북에 자동으로 사진이 올라갔다”며 “페이스북을 거의 하지 않아 여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사진도 바로 삭제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배 때 이 일을 언급하고 기도한 일이 있냐는 질문에는 “기와는 청년이 산 것이고 그 청년이 가져갔다”며 “기도 때 수덕사를 언급했지만 수덕사뿐 아니라 다른 절의 스님들, 예산시민들, 그 외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기와에 쓴 글이 논란이 될 걸 알면서도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 “경주 불국사에 놀러가면 기념사진을 찍듯, 관광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으로 찍은 것이다.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A 목사는 “오늘(20일) 수덕사에 전화를 해서 신분을 밝히고 주지스님과 통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자리에 없다고 해 내 연락처를 남겨 언제든 전화를 달라고 직원에게 부탁했다”며 “잘못은 없지만 실수는 인정한다. 정식으로 사과하고 싶고, 본의 아니게 논란을 일으켜 수덕사 측과 모든 불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편 수덕사는 내부논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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