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소문으로 인해 어쩔 줄 몰라 당황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었을 것입니다. 당사자로선 소문의 진원이나 그 숨겨진 의도를 당장 확인할 수 없으므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할 뿐입니다. 특히 인터넷과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소문은 유명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많은 상처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소문이 퍼지는 속도와 파급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인간관계 명품의 법칙〉이란 책에 보면 소문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인구 3만 명이 사는 소도시에 깜짝 놀랄 만한 소문을 가지고 아침 8시 회사에 출근해 세 사람에게 이 소문을 전하게 됩니다. 이 소문을 들은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이들의 또 다른 세 사람에게 소문을 들려 줍니다. 이렇게 한 단계 걸리는 시간이 15분이라고 했을 때 3만 명이 사는 소도시 사람 전체가 이 소문을 알게 되는 데에는 불과 2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소문은 일단 퍼지기만 하면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사실로 굳어지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소문이 누군가를 흠집 내기 위한 악성이거나 불순함을 담고 있다면 누구나 소문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소문은 언제 어느 곳에서 불시에 만들어집니다. 시나리오 작가도 없고 감독도 없습니다. 지난 번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엔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무슬림이다”는 소문이 퍼졌고 이러한 내용은 유명 잡지에까지 실렸습니다.

혹 여러분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소문의 주인공이 되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소문에 대해 억지로 해명하려 든다거나 흥분하여 큰 소리로 반박하는 모습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분에 대한 소문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 가능성이 커질 뿐입니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잡아함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비록 나쁜 소문이 퍼졌다 해도 고행하는 이는 그것을 기꺼이 받는다. 괴롭다고 스스로 해쳐서도 안되고 그것으로 번민하지도 말라. 소리만 듣고 놀라는 것은 숲 속의 짐승 꼴이니 짐승처럼 가볍고 성급한 마음으로는 출가법을 이루지 못하리라.

그대는 마땅히 참아 그 나쁜 소문을 마음에 두지 말라. 마음을 잡아 태산처럼 굳게 하는 것이 출가한 사람의 법이니라.

함부로 남이 떠드는 말로 말미암아 내 몸을 나쁜 도적으로 만들지 말라. 떠도는 말에 흔들리지 않으면 너 또한 아라한이 되리라. 네가 스스로 네 마음을 아는 것처럼 여러 하늘도 그렇게 알고 있느니라.”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오바마 대통령이 무슬림이라는 거짓을 만들어 퍼뜨렸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이에 대해 일체 해명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거짓에 정당성을 안겨주게 된다며 무관심으로 일관했습니다. 자연스레 이 소문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소문과 관련해 마케팅계 최고 권위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잭 스트라우트는 “결코 사실을 무기로 인식과 싸우려 들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인식’이란 말하자면 ‘소문’에 해당합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소문이 돌고 있다면 그것이 곧 인식입니다. 그것에 대해 사실을 아무리 해명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지 ‘변명’이라고 여길 뿐입니다.

따라서 ‘사실’로 ‘인식’과 싸우려 든다면 결코 이기지 못한다고 잭 스트라우트는 강조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자아성찰이 요구된다는 사실입니다. 침묵과 의연함으로 내공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소문을 듣고 흥분하는 행위를 ‘소리만 듣고 놀라는 짐승’에 비유하셨습니다. 짐승처럼 가볍고 성급한 마음으로는 출가법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셨는데 여기에서 ‘출가법’이란 출격대장부를 의미합니다. 즉 이리저리 휘둘리고 우왕좌왕하는 세속의 가벼운 처신에 대한 반대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내용입니다만 아기 토끼 여섯 마리가 호숫가에서 점심을 먹다가 바람에 사과가 ‘풍덩’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도망가자 다른 숲 속의 동물들도 냅다 토끼의 뒤를 좇습니다. 도망가는 와중에도 소문이 만들어집니다. “지구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호숫가에 사과가 떨어지며 낸 ‘풍덩’ 소리가 동물들에겐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서고 있으니 왜 이런 말이 금방 생성되는 걸까요?

소문은 바람입니다. 가속이 붙고 팽창이 되면 엄청난 재해를 부를 수 있습니다. 소문도 마찬가지로 살을 붙이고 파급력을 더해 가면 당사자에겐 절망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바람도 피해가면 그만입니다. 어떠한 소문일지언정 의연하게 기도로 극복해 나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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