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길.

줄기찬 태백산맥의 동녘,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해안을 끼고 있는 경상북도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울진군. 이곳은 산과 계곡,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고장으로 예부터 글을 읽고 예를 지킨 문향이며 불의에 불복했던 충절의 고을이다. 특히 민족의 기상과 절개를 상징하는 금강소나무의 최대군락지와 전국제일의 수질을 자랑하는 덕구온천과 백암온천을 보유하고 있는 친환경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특히 현대문명의 때가 거의 묻지 않은 울진은 우리나라에 남은 마지막 오지(奧地)와 같은 땅이다. 원시림이 울창해서가 아니다. 지형이 유독 험난해서도 아니다. 서울이나 단양에서 며칠을 가야 할 만큼 떨어져 있지도 않다. 그 이유는 울진을 가는 방법이 국도 7호선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아서다.

하지만, 교통이 불편하다는 단점 덕분에 울진은 진귀한 보물 하나를 자랑할 수 있게 됐다. 금강송으로 어우러진 삼봉산자락을 배경으로 울진 최고 명당자리에 위치한 천태종 울진 봉화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곳 울진에 뿌리내린 천태종 봉화사는 1967년 5월 16일 신도 몇 명이 충북 단양에 위치한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救仁寺)에 다녀온 뒤, 울진군 울진읍 고성리 산성동 장복근(張福根)의 집에서 상월원각대조사(上月圓覺大祖師) 진영을 봉안하고 첫 법회(法會)를 열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1978년 12월 6일 읍내리에 회관을 마련해 이전했고, 1982년 10월 3일 법당을 준공하고 봉화사(峯華寺)로 사명을 바꿨다. 1984년 2월 18일 기도실을 준공했고, 같은 해 9월 18일 봉화사 건립 낙성 대법회 및 불상 봉헌식을 거행했다. 현재 매월 21일 오전 11시에 수많은 신도들이 참여하는 정기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또한 2011년 6월 정도 스님이 봉화사 주지로 있을 당시 경내에 지관전을 낙성했다. 지관전은 지상 1층과 2층을 합쳐 모두 106평 규모의 대형 법당으로, 2010년 7월 기공식 이후 11개월 만에 완공됐다. 이는 봉화사 신도 400여명이 모두 주지스님과 함께 불심(佛心)을 바탕으로 한마음으로 단합해 달성한 결과물이다.

이후 봉화사 지관전 기도실의 불은 밤새 꺼지지 않고 있다. 복잡하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많은 사람들이 점차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봉화사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3 수험생과 취업준비생을 둔 부모들이 고정적으로 한자리씩 차지하며 매일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봉화사의 역사는 짧지만 그 깊이는 결코 얕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나 온 세월동안 돈독한 불심으로 생활하는 신도들의 모습은 오늘날 봉화사가 울진군 지역사회에서 인정받고 존중받아 온 이유를 말해준다.

최근 봉화사 신도 중에는 "기도를 열심히 한 결과 자식들이 모두 잘됐다"고 자랑하는 분이 있는가하면, "이곳은 나만의 힐링(healing) 장소다. 절에 오면 몸과 마음이 평안해진다"고 칭송하는 불자들도 있다. 그만큼 천태종 울진 봉화사는 울진군민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단합하는 힘을 가진 진귀한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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