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서민 경제에도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들의 낙담과 절망이 경제행위의 위축을 불러온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침체된 분위기가 오래 지속될 경우 경제는 물론 인간의 심성까지 피폐해질 수 있으므로 조속히 극복해내는 슬기로움을 발휘해야 합니다. 특히 위축된 경제심리가 서민경제에 깊은 주름을 주고 있다고 하니 나라에서도 여간 걱정이 아닌가 봅니다. 얼마 전 대통령이 직접 시장을 돌며 상인들을 격려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또 청와대에서 ‘중소기업인 대회’를 열어 위축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묘안 찾기에 머리를 맞댔다고 합니다.

실제로 정부가 내놓은 최근 통계자료에 의하면 외식산업의 경우 세월호 참사 이전보다 매출이 79.3%가 줄었습니다. 신용카드 평균 결제금액은 4만5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5% 하락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생산이 급감하면서 경제 주체들이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 상실은 고용률의 저하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위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백수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경제가 갈수록 침체된다면 얼굴에서 웃음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때 우리는 경제와 관련해 부처님이 어떤 가르침을 펼치셨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부처님은 출가자와는 달리 재가자에겐 적극적인 경제행위를 강조하셨습니다. 〈장아함경〉 ‘선생품’에 나오는 다음 구절은 바로 그것을 일러주고 있는 대목입니다.

“재물을 모으되 벌이 여러 꽃에서 꿀을 모으듯 작은 것을 소홀히 하지 말라. 먹고 사는 살림에 만족함을 눈 뜨고 자기 직업에 게으르지 말며 틈틈이 모으고 쌓아 가난하고 어려울 때를 대비하라. 밭갈고 장사하며 목장 만들어 짐승 먹이고 마땅히 탑을 세우고 절을 짓고 방사를 지어라. 이렇게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은 바다가 강물을 받아들이듯 재물이 줄지 않고 늘어나리라.”

이는 재물을 모으는 일에 관심을 가질 것과 재물을 모으되 바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물은 어떻게 모아야 할까요? 부처님은 “벌이 여러 꽃에서 꿀을 모으듯 작은 것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다시 말해 근면이며 정려입니다. 작은 것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것은 세심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물을 모았다면 이를 어떻게 써야할지에 대해서도 부처님은 자세히 일러주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먼저 재물을 넷으로 나눠 4분의 1은 생계비로 쓰고 4분의 1은 생산비로 쓰며 4분의 1은 저금해 놓았다가 나중에 긴급한 때에 소용이 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또 나머지 4분의 1은 다른 이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창출하라는 것입니다. 대부업을 연상시킬 정도로 부처님은 재가자들에게 적극적인 ‘재테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모으는 것에 대해선 아주 엄중하게 경책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재물이 풍족하길 바랍니다. 특히 자본주의 구조로 이끌리는 현대사회에서 세상을 살아가려면 재물은 무엇보다 중요한 수단이며 삶의 가치로 활용됩니다. 따라서 불법과 편법을 내세워 재물을 챙기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다른 이들의 희생을 대가로 자신의 사익을 도모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놀면서 재물을 구하는 길, 때가 아닐 때 재물을 구하는 길, 게으르면서 재물을 구하는 길, 나쁜 친구를 가까이 하면서 재물을 구하는 길, 창녀나 술집 여자들과 놀기를 좋아하면서 재물을 구하는 길, 남에게 항상 기대면서 재물을 갈구하는 길은 옳은 길이 아니다.”

오히려 부처님은 정당한 기술을 습득하여 재물을 취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기술을 습득하라는 말씀은 요즘으로 치자면 전문성을 지니라는 주문에 다름 아닙니다. 즉 판검사와 의사가 이에 해당하는 것이며 과학자 기술자 펀드매니저가 다 여기에 속하는 직업군들이라 할 것입니다.

또한 재물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지키느냐 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라 하겠습니다. 부처님은 재물을 잃게 되는 여섯 가지 경우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재산을 탕진하는 6가지는 무엇인가? 첫째는 술에 탐닉하는 것이요, 둘째는 때 아닌 시간에 거리를 나도는 것이며, 셋째는 제례와 가무 등 집회에 열중하는 것이 재산을 탕진하는 문이다. 넷째는 도박에 빠지는 것이고, 다섯째는 나쁜 친구를 사귀는 것이며, 여섯째는 게으른 습관이니 이것이 모두 재산을 탕진하는 문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돈은 귀신도 부린다”고 하였습니다. 귀신도 부릴 만큼 돈의 위력이 크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돈의 노예가 되어선 안 됩니다. 돈에 탐착하게 되는 순간 명예와 양심이 모두 망가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은 재물의 부림을 깊은 우물에 비유해 이 속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재물을 놓고 현명하게 사는 방법을 우리 모두 배워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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