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도자들에게 역사관은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더욱이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라면 무엇보다 명확한 역사관으로 민족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하는 무한 책임이 있다. 사퇴했지만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종교적인 발언이라고 하나 국민들은 그의 역사의식을 의심했다.

문 후보자는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는 ‘병합신의론(倂合神意論)’으로 1910년 일본이 조선을 강제로 합방하자 당시 일본의 기독교계 신문인 <복음신보>에서 사설로 주장한 내용이다. <복음신보>는 사설에서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우리의 조상들에게 조선이 주어진 것이므로 이것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러한 병합신의론에 대해 일본 기독교계는 1967년 ‘일본 그리스도교의 역사적인 책임 고백’을 통해 자신들의 잘못을 비판했다. 그런데도 정부를 이끌고 갈 국무총리에 오를 사람이 오늘날에 와서 ‘병합신의론’을 주장하고 있으니 당연히 여론의 뭇매가 가해졌던 것이다. 종교적 신념과 신앙적 발언은 누가 트집 잡을 일은 아니다. ‘신의론’도 역사관보다는 종교적 신념에 가깝다. 하지만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져야 할 인사라면 종교적 신념과 신앙적 발언에 대해서도 스스로의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 다종교 문화가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선 갈등과 분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계기로 우리는 국가 지도자의 역사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야 한다. 역사의식은 국민의 정서와 가치관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역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거울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릇된 역사관은 국가의 불행을 자초할 수 있다. 국민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사관을 지닌 분이 총리로 지명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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