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만해 한용운 스님이 입적한지 70주기가 됐다.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으로 만해는 일제의 강압과 협박과 회유에도 끝까지 변절하지 않고 민족의 자존을 지켰다. 오죽하면 심우장을 일본과 마주하기 싫다며 북향으로 지었을까. 만해는 육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가 일제의 압박에 굴복한 나머지 변절했을 때 “내가 아는 육당과 춘원은 죽었다”며 그들을 외면했다. 그만큼 만해의 정신과 기개는 늘 강직했고 살아 있었다. 이러한 만해를 기리는 추모학술회의와 추모재 그리고 추모음악회가 그의 입적일인 6월 29일을 맞아 예년에 비해 규모를 확대해 치른다는 소식이다. “불도의 타락은 자인하기를 지나쳤으며, 승가의 파멸은 우려의 테를 넘었다. 도생의 불타 대원은 벌써 고갈된 사원의 복전에서 찾을 수 없으며, 선법의 승가의 기의는 벌써 마멸된 불도의 혜검에서 엿볼 수 없게 되었다. 스스로 반성하여 자괴함이 없느냐?” 1931년 만해가 〈불교〉지에 ‘교단의 권위를 확립하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글 내용의 일부다. 이때도 만해는 불교와 승가의 타락을 준엄하게 꾸짖고 정도를 걸을 것을 주문했다.

만해의 올곧은 정신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사표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이런 저런 대형사고가 왜 일어나고 있는지 스스로 우리를 돌아봐야 한다. 무기력과 방일, 나태와 방종, 타락과 부패 현상 등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우리의 자화상을 반성해야 한다. 반성과 성찰 없이는 또 다시 언제 발생하지 모를 재앙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기본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국민적 욕구도 자기점검의 성찰에서 비롯돼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충격에 빠진 국민과 불교계가 모두 만해 입적 70주기를 맞아 그의 정신을 되새겨 보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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