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는 전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참사다. 이 사고는 정해놓은 규칙을 무시한 어른들로 인해 규칙을 잘 따르던 다수의 청소년들이 희생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꼽기도 한다. 기본 매뉴얼과 규칙을 너무나 쉽게 무시하고, 이런 문제가 문제시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의 지적이다. 인도로 차(오토바이)가 다녀도 대수롭지 않고, 무단횡단을 하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사회. 비단 우리가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회 규칙과 규범이 이것뿐일까?

정해놓은 규칙을 무시하기 시작하면 그 사회는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불법의 등불이 오래도록 꺼지지 않으려면 남방불교와 북방불교권이 다소 상이하지만, 스스로(종단) 세운 계율은 엄격히 지켜야 한다. 한 예로 종법 상 육식을 허용한다면 모를까 육식과 음주를 금하고 있다면 어떠한 예외도 없이 이런 계율을 지키는 게 마땅하다.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계가 있다면 손질을 통해 사문화를 막아야 한다. 지계에 융통성이 생기면 더 이상 계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사부대중 모두 깊이 반성해야 한다. 오계나 십선계를 받았다면, 지계와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곧 수행의 확장이다. 참선과 염불만이 수행은 아니다. 고통 받는 중생의 아픔을 나누려는 자비심의 발로는 지계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출가와 재가를 불문하고 부처님 제자로 부끄럽지 않도록 수행하고,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옛 어른들은 사회법을 잘 지키는 사람을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며 칭찬했다. 요즘은 이런 사람을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인 양 바라본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교훈이 불교계는 물론 우리 사회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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