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즈음 세월호 침몰 참사로 인하여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희생자의 대부분이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꽃다운 나이의 고등학생들이기에 비통함이 더욱 가슴 저리게 다가옵니다.

부처님은 <대방편불보은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죽음을 싫어하는 것처럼 생명을 지닌 모든 것들은 죽음을 싫어한다. 남의 생명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이 살생하지 않아야만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생명이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늘 사랑과 자비를 베푼다면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눈을 뜨고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이번 세월호 참사의 현실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실로 기성세대들은 깊은 자괴감에 빠지고 청소년들은 절망 속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불교의 연기법으로 보자면 모든 일의 결과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절망과 고통과 슬픔은 이를 야기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빚어진 것입니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탐욕과 어리석음입니다. 정도와 규정을 무시하고 욕심만을 채우려 했던 이기심이 이번 비극을 부른 것입니다. 경제대국을 꿈꾸며 화려한 비상을 외치던 구호들이 무색해지고 말았습니다. 아니, 그 어느 누구도 오늘날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어른으로서의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세간을 위태롭게 만들며 무너지게 한다는 것을 깨닫기만 하더라도 세월호 사건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여러분은 대연각 호텔 화재사건을 기억하고 있습니까? 1971년 12월 25일 오전 9시 50분. 크리스마스였던 이날 지하 1층 지상 21층의 대연각 호텔에 불이 났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거대한 화염을 뿜어내던 화재는 오후 6시쯤 가까스로 진압되었습니다. 방송사들은 낮 12시 30분쯤부터 TV를 통해 화재 현장을 생중계했고 세계 각국의 언론 방송사도 여기에 뛰어들어 방송하게 됨에 따라 대연각 호텔 화재사건은 전 세계가 지켜보았습니다. 당시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166명이나 됐고 부상자도 68명에 이르렀습니다. 이 기록은 세계적인 관광호텔 화재사건 가운데 인명 피해 규모에서 아직도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말이 관광호텔이지 자체적인 소방시설이나 체계적인 비상통로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피해가 더욱 컸습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우리나라는 이후 88올림픽을 치름으로써 국가 위상을 격상하는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서울은 세계인이 찾는 주요무대로 급부상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90년대 초 우리나라는 중국ㆍ러시아와 수교를 맺었고 대전엑스포(EXPO)를 성공적으로 치렀습니다. 바야흐로 경제대국 진입이 가시화되었다며 샴페인을 터뜨리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러한 순간에 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터졌습니다. 때마침 다리를 지나던 16번 버스 등 차량 6대가 20m 아래 한강으로 추락했습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등 모두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습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한 마디로 날림 시공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여기에 서울시의 관리소홀과 다리 용량을 초과한 통행 차량의 하중 등이 결국 다리를 붕괴시키는데 일조하였습니다.

일본이나 미국 언론도 이 사고를 부실시공의 표본으로 크게 보도했습니다. 사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음 해인 95년 6월 29일 서울시 서초동 삼풍백화점의 5층짜리 건물 2개동 가운데 하나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야말로 날벼락이었습니다. 백화점 직원과 고객 등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하는 건국 이래 최대 참사로 기록됐습니다.

개발정책이란 정부의 후원을 힘입어 전개됐던 이들 작품은 모두 정도를 벗어난 욕망의 추구와 어리석음이 결합해 빚어 낸 비극들이었습니다. 보다 많은 이익을 남기려 시간을 단축해 공사를 벌였고 시설 재료와 자재를 규정에 미치지 못하는 값싼 것을 구입해 쓰다 보니 모두 날림공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이기적 욕망과 어리석음이 귀중한 생명을 앗아버린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교훈으로 삼지 못하고 또 다시 세월호 침몰의 비극을 겪고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으나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어리석음은 행태의 결과인 것입니다.

<무량수경종요>에 “정토는 모두 여래의 행원(行願)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예토는 오로지 중생들의 공업(共業)으로 이루어진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이기적 욕망과 어리석음에 길들여진 우리 모두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세간을 위태롭게 만드는 중생들의 공업을 극복해 내야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공공의 안전과 이익은 정도를 지키는 가운데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이것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재앙을 부르게 되고 고통이 깊어집니다. 차제에 공업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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