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8년 오늘은 부처님오신날이다. 그러나 올해 부처님은 눈물로 오셨다. 부처님께서는 “나는 중생들 보기를 한결같이 라훌라와 같이 한다”고 하셨다. 이러한 부처님의 마음을 담아 모든 불보살들은 갓난아기 대하듯[哀愍赤子]중생들을 어루만져 준다는 게 대승불교의 가르침이다. 지난달 16일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로 인해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이 부지불식간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나도록 아직도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들이 차디 찬 배 안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모든 중생을 라훌라 대하듯 ‘애민적자’의 대비심을 품고 있는 부처님으로서 이 상황에 어이 눈물을 흘리지 않겠는가.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 스님도 봉축사를 통해 이같은 심정을 피력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우리 불자들이 부처님의 가피를 입는 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그것이 바로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슬픔을 덜어내는 일이다.”

부처님은 〈숫타니파타〉에서 슬픔을 빨리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 말씀하셨다. “집에 붙은 불을 물로 꺼 버리듯/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은/슬픔이 이는 것을 재빨리 꺼 버린다.//바람이 솜을 저 멀리 멀리 날려 보내듯/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번뇌의 화살을 뽑아 버린다.//비탄과 고뇌와 불만에 찬/화살을 뽑아버린 사람은/그 어떤 것에도 의존하는 일 없이/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그리고 모든 슬픔을 극복한 다음에는/더 없는 축복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평소 깊이 아끼시던 상수 제자 사리불과 목건련이 부처님 보다 먼저 입적하고 난 후 어느 포살의식 때 ‘쓸쓸해서 견디기 어렵다’는 고백을 하면서 이와 같은 가르침을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것이다. 세속을 초월한 부처님 조차 두 상수제자의 죽음에 슬픔을 토로하는데 하물며 사랑하는 자식들의 죽음을 눈을 뜬 채 지켜봐야 했던 세월호 침몰 참사 부모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이번 세월호 참사로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두 번 다시 이 같은 불행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부처님은 이를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계신 것이다.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지혜롭게 대처하는 일이다. 그래서 번뇌의 화살, 슬픔의 화살을 뽑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이는 잘못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제거하라는 가르침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는 연기의 그물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역시 어른들의 그릇된 이기와 탐욕심이 빚어 낸 어처구니 없는 결과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 국민적인 슬픔이 계속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차가운 바닷속에서 고통스럽게 보내야 했던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에는 이 슬픔과 충격을 우리 불자들이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원력이 필요하다. 문수보살의 지혜를 빌리고 보현보살의 실천행을 배워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불행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아갈 큰 마음가짐을 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실제로 전국 사찰에서는 이런 저런 봉축행사 및 문화제를 취소하는 대신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는 추모행사 또는 성금모금 행사가 줄을 이었다. 특히 안산불교연합회가 연등축제를 ‘세월호 희생자 왕생극락 및 생존자 무사귀환 촛불기원법회’로 변경해 봉행함으로써 안산시민과 함께 위안의 시간을 가진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우리가 깊은 위로와 더불어 해야 할 일은 희망의 등불을 높이 드는 것이다. 희망의 등불은 축복의 경지를 펼치는 선행 작업이 돼야 한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이러한 우리 불자들의 진정한 염원을 담아 등을 달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간절한 소원을 담은 등은 꺼지지 않고 오래 빛을 발한다. 부처님의 눈물을 닦고 우리 사회가 다시 환한 웃음을 찾도록 불자들이 정진해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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