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으로 마음 다스린 후 찻물 우려

차문화대회서 다화 금상ㆍ들차회 은상
하동서 덖어 온 차로 외부행사 참여

▲ 원흥사 다도반 회원들이 명상을 하며 차를 우려낸 뒤 시음을 하고 있다.

기차에서 내리니 따스한 햇살과 함께 부드러운 봄바람이 밀려온다. 4월 초, 화사하게 만개한 봄꽃들이 봄을 알릴 때 쯤 경상도 남쪽에 위치한 바닷가 도시 창원을 찾았다. 싱그러운 꽃내음을 맡으며 도착한 곳은 원흥사 경내에 마련된 다도실이다. 다도실은 다도회원들의 수업 준비로 분주했다. 

4월 2일 원흥사 다도실에는 향긋한 녹차 내음과 고요한 명상음악이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가운데, 윤연희 다도사범의 목소리가 나직이 울려 퍼졌다.

“하나, 둘, 셋, 넷…. 귀로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알아차리면서,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관찰하며 들숨과 날숨을 세어보세요.”

눈을 감고 숨을 내쉬고 들이마신다.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요하게 멈춘 가운데 마음에서 올라오는 온갖 잡생각들을 바라보며 순간을 관찰한다. 움직임 속에 멈춤이 있고, 멈춤 속에 움직임이 있는 정중동(靜中動)의 원리를 염두에 두고 다관에 찻잎을 넣고 물을 붓는다. 찻잔 속에 맑게 우러난 찻물이 청명하다. 내 삶의 탐ㆍ진ㆍ치가 줄어들 수 있도록 화두를 들고 염불을 하며 차를 우려낸다. ‘우리 혀에 닿은 이 찻물의 맛은 영원한가?’ 녹차를 한 모금 마시며 되뇌어본다.

다도를 통한 명상 수업이다. 원흥사 다도반은 고급ㆍ초급ㆍ기초반으로 운영되는데, 고급반 학생들은 종종 다도 수업을 통해 차를 우리며 명상을 배운다. 초급반과 기초반에서는 행다와 다법 등 다도의 기본기를 다지는 수업이 진행된다. 수업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며, 다도회원은 30명이다. 매주 돌아가며 반 별 수업이 진행되는데, 학생들은 수업 수준에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다.   

원흥사 다도반의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지 스님이었던 명구 스님이 “불교문화와 포교를 제대로 하려면 다도반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건넨 말이 계기가 됐다. 다도반은 그동안 1대 황순금, 2대 오현숙, 3대 강경희, 4대 윤영채 회장이 보직을 맡아 다도반을 이끌어 왔으며, 2011년 9월 천태차문화대회 다화부문 금상 및 들차회 부문 은상, 2012년 전시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다도반 회원들은 1년에 한 번 하동에서 직접 찻잎을 덖어온다. 회원들이 덖은 차는 수업 시간 뿐 아니라 육법공양, 대중공양, 서부경찰서 정기법회, 불교연합회 행사, 야외 들차회 등 외부 행사에 참여할 때도 빛을 발한다.   

한편 원흥사는 1980년 마산 성광사(현 삼학사)에 다니던 창원지역 불자 50여명이 기도처가 없어 고심한 끝에 창원시 토월동 소재 배성대(원흥사 1·2대 신도회장) 불자 집에서 봉행한 첫 법회가 인연이 돼 현재 대찰로 성장했다. 불자들의 창원지역 포교도량 건립에 대한 염원이 실현된 것. 원흥사는 1~3대 주지에 유정 스님, 4대 명구 스님, 5대 문덕 스님, 6대 도웅 스님을 거쳐 현재 갈수 스님이 7대 주지를 맡아 다도회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윤영채 다도회장은 “원흥사 다도회는 회원 간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장점이다. 앞으로 더욱 정진해 우수한 다도사범을 양성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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