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 시인, 천태종 열린문화강좌서

▲ 천태종이 마련한 열린문화강좌에서 신달자 시인이 '작가에게 듣는 삶의 지혜'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있다.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때 ‘그래도 나는 될 거다’는 믿음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돌아보니 내가 겪은 삶의 고통 뒤에는 행복이 도사리고 있더군요. 희망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뤄집니다.”

신달자 시인(한국시인협회 회장)은 차분하지만 힘찬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강조하며,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그러나 항상 행운이 가득했던 작가의 인생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천태종(총무원장 춘광 스님)이 4월 8일 서울사무국 강의실에서 ‘햇살보다 뜨거운’을 모토로 마련한 첫 열린문화강좌에서다.

신달자 시인은 어린 시절 추억을 더듬으며 이야기를 펼쳐냈다. 그의 어린 시절 기억속의 아버지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였다. 제재소, 정비소 등을 운영하며 많은 돈을 만졌고, 많은 여자들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인은 아버지의 은밀한 서랍 속 일기장에 그려져 있는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됐다. 아버지는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었다. 모든 걸 다 가진 듯 보였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고독과 슬픔이 아버지를 감싸고 있었다.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그때 발견한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은 신달자 시인이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글로 표현하는 시인의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한 이유가 됐다.

신달자 시인은 평생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왔다. 글쟁이로 살면서 수많은 인생의 굴곡을 넘어야 했다. 24년간 계속된 남편의 병수발, 또 다시 9년간 이어진 시어머니 병수발, 지극정성으로 키워 준 어머니에 대한 죄송함, 경제적 파탄 등 이 모든 상황들이 절망스러웠다. 그때 시인을 지켜준 건 어머니의 전화였다. “그래도 니는 잘 될 끼다.” 매일매일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나는 여기서 더 도약하자’ 결심하고 또 결심했다. 그 뒤, 숙명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해 학위를 따고 50이 되는 나이에 대학교수가 됐다.

우여곡절이 많고, 다사다난한 삶의 풍파를 견뎌온 노 시인은 강의를 통해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뭘까에 대해 항상 고민하며, 모두가 다 함께 잘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은 반드시 오기 마련”이라고 따뜻한 말을 건넸다.

이에 앞서 교무부장 경혜 스님은 “시인은 언어를 정제해서 삶의 진실을 표현하는 언어의 마술사로 사람들에게 지혜를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며 “열린문화강좌가 포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아 나가는데 앞장서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식은 사람들이 생활해 나가는데 도움을 주는 정보로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한다. 반면에 지혜는 책을 보고, 경험을 하며 터득하는 이치다. 또 경험의 영역을 넘어서 수행을 통한 깨달음으로 알 수 있는 세계도 있다. 이를 나무에 비유하면 각각 잎사귀, 줄기, 뿌리에 해당하는데 뿌리는 생명의 원천으로 모든 사람이 가꿔나가야 할 부분이다. 모든 것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할 때 한 그루의 나무가 생명의 푸르름을 자랑하듯, 하나의 생명체도 온전히 빛이 날 수 있다”고 법문했다.


▲ 법문을 하고 있는 교무부장 경혜 스님.

▲ 강의를 하고 있는 신달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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