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음력 설날이면 수 만 명에 달하는 천태종 신도들이 총본산 구인사를 찾아 원로대덕 스님들께 세배를 올리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올해 역시 설날 직후부터 대보름까지 보름 간 근 10만 명에 달하는 신도들이 줄지어 구인사를 찾아 도용 종정예하와 총무원장 도정 스님을 비롯한 원로대덕 스님들께 세배를 했다고 한다. 실로 아름답고 신심 돈독해지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정초 참배’로 불리는 이런 종풍은 천태종의 결집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본받아 마땅하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렸다. 웃어른 공경을 미덕으로 여겼고, 가족과 친지는 물론 도반 간에도 예의를 갖췄다. 특히 명절에는 선물을 주고받거나 덕담을 나누며 서로의 건승을 빌었다. 이런 풍습이 신앙으로 연결된 승속 간에 유지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자들은 은연중에 종교와 가정을 이원화해왔다. 사찰에 갈 때만 참배하고, 수행할 뿐 일상 속에서 수행과 실천을 유지하지도 않았다.

〈화엄경(華嚴經)〉에는 친구와 부모, 불문(佛門)의 인연은 모두 수 천억 겁의 인연이 거듭된 결과라고 설해져 있다. 이 중 불문에서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가장 지고하다고 가르친다. 명절을 맞아 가족 간에 하례를 주고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인연을 맺은 스님께 인사를 하고, 도반과 덕담을 주고받는 일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불교의 결집력이 다른 종교에 비해 낮은 이유는 사찰이나 종단에 대한 소속감 결여가 주원인이다. 신앙과 일상을 둘로 나누지 않음으로써 부처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천태종의 ‘생활불교’ 종풍은 이런 점에서 귀감이 되기에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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