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세요.

겨울 절기에 속하는 대한(大寒)이 지났습니다. 대한은 중국에서 ‘가장 춥다’고 말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소한(小寒)이 더 추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흔히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고 말합니다.

춥고 따뜻함을 가리는 절기는 비단 계절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 사는 사회에도 온정과 냉정이 있습니다. 서로가 이해하고 감싸 안는 사회는 온정이 넘치고 배척하고 대립하는 사회는 냉기가 지배하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해 정부에서 실시한 국민의식조사결과는 우리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5년마다 실시하는 국민의식여론조사에서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다고 합니다. 부유층과 서민층, 진보와 보수, 기업가와 근로자의 갈등이 각각 80%대를 훌쩍 넘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반대심리가 더욱 커진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스스로 상생과 소통을 아젠더로 내놓고 있지만 상대를 포용하거나 이해하지 않으려는 자세에 기인합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웃음이 넘치고 생동감 있게 변하려면 용서·포용·섭수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 가운데서도 용서는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힘입니다. 부처님은 생명 있는 모든 존재들에 대해 한없는 사랑을 베풀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배척을 포용으로, 갈등을 섭수로, 증오를 용서로 바꾸라는 가르침입니다. 부처님도 당신을 죽이려 했던 사람을 용서하셨습니다. 부처님 재세 당시 장자 ‘시리굴’은 부처님과 부처님의 제자들이 드시는 음식에 독을 탔습니다. 이에 대해 아사세왕은 ‘시리굴’을 국법대로 처단하겠다며 군사들에게 체포명령을 내렸습니다. 또 다른 인물 ‘아일다’는 승방에 방화를 저질러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았습니다. 출가대중들은 ‘아일다’의 출가를 절대 허락해선 안 된다고 이르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들을 모두 용서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러한 부처님의 승가공동체를 입을 모아 칭송하였습니다. 승가공동체 역시 더욱 순일한 마음을 유지하며 치열한 정진으로 세속사회에 화답하였습니다. 날로 부처님의 교단은 세상에 위의를 높여 갔습니다.

노예해방의 위대한 업적을 남긴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용서를 통해 민심을 바꾼 대표적 인물에 해당합니다. 남북전쟁이 끝났을 때 미국인들은 증오와 울분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전쟁에 패한 남부인들은 복수심에 불타 있었고, 북부인들은 남부인을 처벌해야 한다며 적개심을 키웠습니다. 이러한 때 링컨은 자신이 속한 북부 공화당의 주장에 반대하면서까지 남부인을 용서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링컨은 “노예제도를 폐지했으면 됐지, 사람을 처벌해선 안 된다”고 국민을 설득했습니다. 그렇지만 공화당과 북부인들은 이러한 링컨을 맹렬히 규탄했습니다. 언론들도 집권당과 북부인들의 주장에 힘을 보탰습니다. 그래도 링컨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링컨의 용서와 화해의 정신은 남북분단 위기를 극복하고 훗날 미국을 강대국으로 자리하게끔 한 바탕이 되었습니다.

<현우경>에는 다음과 같은 형제의 얘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라자가하에 장사꾼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형은 어떤 부잣집 딸이 마음에 들어 아내로 맞이하려 했으나 나이가 어려 약혼만 해놓고 장사를 하기 위해 먼 나라로 떠났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자 딸의 아버지는 아우에게 찾아가 형 대신 자신의 딸을 아내로 맞아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아우가 형님이 살아 계시는데 어찌 그럴 수 있느냐며 거절하자 딸의 아버지는 상인들에게 부탁해 형이 죽었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리도록 했습니다. 아우는 형의 부음에 몹시 슬퍼했고 결국 약혼한 형의 여자를 아내로 맞게 되었습니다. 얼마후 아내는 임신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형이 돌아왔습니다. 아우는 형을 볼 면목이 없어 사밧티국으로 나가 부처님을 뵙고 출가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아우는 출가 사문의 이름을 우바사라 하였습니다. 형은 아우가 자신의 여자와 결혼한 사실을 알고 분심으로 치를 떨었습니다. “내 아우의 목을 베어오는 사람에겐 상금으로 오백냥을 주겠다.” 형은 하수인을 데리고 아우를 찾아 사밧티로 향했습니다. 하수인이 마침내 우바사를 발견하고 활을 당기자 화살은 엉뚱하게도 형에게 꽂혔습니다. 형은 분하고 괴로워하다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분심을 지니고 죽게 된 형은 독사의 몸을 받았습니다. 독사는 우바사의 방 지게문 밑에 숨었다가 틈을 엿보아 우바사를 죽이려 했으나 오히려 지게문을 여닫을 때 치어서 죽고 말았습니다. 또 독벌레로 태어나 우바사 방 천정을 의지해 살다가 우바사가 좌선하고 있을 때를 틈타 머리 위로 떨어져 독기를 품어냈습니다. 결국 둘 다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용서가 없는 삶은 이처럼 공멸의 길을 가게 됩니다. 물론 앞의 이야기처럼 용서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에게 심한 상처를 안겨준 사람일수록 용서의 손길을 내밀 줄 알아야 진정한 불자입니다. 우리가 부처님처럼 살고자 하는 이유는 큰 용서를 통해 웃음과 행복을 누리고자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용서야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입니다. 용서하는 법을 배웁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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