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이 신년을 앞두고 종풍 쇄신을 다짐하는 등 종단 안팎에서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변화의 갈망을 단적으로 보여준 법회가 구랍 29일 태고총림 선암사에서 종단 집행부와 종회의원, 종무원장과 전법사교임회 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태고산림법회’다. 철야정진으로 진행된 법회에서는 종풍 쇄신의 다짐과 함께 청빈과 봉사를 핵심으로 하는 5개항의 청규도 제정했다. 취처(娶妻)를 허락하고, 대승교화종단을 지향하는 종단 특성상 느슨해질 수 있는 지계(持戒)의 문제를 다잡겠다는 종단의 의지로 보여 자못 기대가 크다.

최근 몇 년간 불교계는 범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불교계 장자종단이라 자부하는 조계종이 2012년 도박사건, 2013년 음주사건을 잇달아 일으키면서 발생한 사회적 파장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런 파장은 불교계, 특히 승려들에 대한 사회 전반의 시각을 악화시켰다. 태고종이 이번에 제정한 △법복착용 의무화 △총림 안거 및 개사찰 단기결제 의무화 △매월 포살자자 △사행성·호화성 행위 금지 △사회복지 기여 등 5개항의 청규는 이런 측면에서 시의적으로 적절하다.

물론 자발적 동참을 요구할 뿐 강제성을 띠고 있지는 않아 얼마나 많은 동참을 이끌어 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태고종 시무식에서 총무원장 도산 스님이 장기기증 희망등록과 함께 그간 모은 장기기증 희망등록 신청서 104장을 생명나눔실천본부에 전달한 모습에서 과거와는 달라진 각오가 느껴진다. 최근 태고종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종단에서 표방하는 ‘대승교화’라는 지향점과 제대로 접목된다면 그동안 미진했던 종풍진작과 쇄신이란 큰 장애를 넘어서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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