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즈음 겨울을 대비해 집안 구석구석을 점검하게 됩니다. 혹여 웃풍을 단속하지 못하면 추운 겨울을 나야하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점검을 하지 못해 사고를 당하는 예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며칠 전에도 제주도 월드컵 경기장에서 에어바운스 놀이기구가 돌풍에 전복돼 어린이와 노인 등 십 수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본래 에어바운스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단단한 물체로 고정장치를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 합니다. 그럼에도 이날 관련 축구구단 관계자들은 기상에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다는 이유로 고정장치를 실시하지 않았고 결국 갑자기 불어 온 돌풍으로 사고를 부르고 말았던 것입니다.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의 점검을 게을리 하는 것만큼 큰 화를 부르는 일도 없습니다. 자기 점검이란 본래 자칫 나태해지기 쉬운 자신의 방일을 경계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입보리행론> ‘보리심 불방일품’에 이르시길 “경솔하게 시작한 어떤 일이나 잘 생각해 보지 않은 무언가를 맹세했을지라도 할지 말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 언제든 세세한 점검이 필요함을 강조하신 대목입니다. 자기점검과 관련해 선사들 가운데 한 일화를 들어보겠습니다.

서암언(瑞巖彦 850~910) 선사는 덕산 스님의 법손(法孫)으로 보다 정확한 이름은 서암사언입니다. 전하는 바로는 천성이 매우 둔하여 스승인 암두전할 선사도 깨달음에 이르긴 어렵다고 보고 잘 돌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행이 본디 금을 제련하는 것처럼 수없이 많은 단계의 인고 과정을 통해 계위(階位)를 높여 가듯이 서암언 선사는 자신을 철저히 담금질했던 모양입니다. 선에서는 ‘소’를 수행의 표본으로 삼습니다. ‘십우도’가 그것을 잘 말해 줍니다. 소는 천천히 걸어도 천 리 만 리를 갈 수 있으나 호랑이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천 리 만 리를 가지 못합니다. 재빠르고 약은 이들은 호랑이처럼 속도감 있게 사냥하는 듯하나 지구력이 떨어져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재주를 과신한 이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서암언 화상은 서두르는 일 없이 묵묵히 소처럼 자신을 갈고 닦아 마침내 중국 선종사의 한 가계를 이루게 됩니다. 대선사로서의 법계를 이뤄 선풍을 크게 휘날린 것입니다.

서암언 화상과 비슷한 예는 부처님 재세 당시 ‘주리 반특가’라는 제자에게도 있었습니다. 주리 반특가는 수행자들 사이에서 ‘멍청이’로 통했습니다. 아마 지능이 다른 사람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던 모양입니다. 이런 주리 반특가는 그래서 번번히 다른 수행자들에게 놀림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놀림을 당하고 있는 주리 반특가에게 ‘쓸고 닦아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주리 반특가는 마당을 쓸고 신을 닦고 밥을 먹으며 늘 ‘쓸고 닦아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외웠습니다. 그리곤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쓸고 닦는 것이 마음에 있다는 뜻을 알게 된 주리 반특가는 그간의 우둔함과 어리석음에서 단박에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남에게 신세지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신을 늘 성찰하고 점검하는 일입니다. 또한 세상의 유혹에도 속아 넘어가는 일이 없습니다. 속임은 내가 갖고 있는 욕구와 비례합니다. 어떤 특정에 대한 욕심이 있기 때문에 그것과 연결되면 유혹에 넘어가기 쉽습니다. 마음을 투명하고 맑게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음을 맑고 투명하게 가지려면 항상 탐진치 삼독심에 빠지기 쉬운 자신의 방일을 경계해야 합니다.

나아가 자기점검을 하는데 있어서 방일의 경계도 중요하지만 주리반특가의 예처럼 어리석음을 깨뜨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 우주를 향해 인공위성을 쏘아대는 현대과학사회에 종말론에 귀가 솔깃하고 점복술에 쉽게 의탁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연기법을 모르는 어리석음이 주된 요인입니다. 우리 세상에 인과의 관계를 무시하고 벌어지는 일이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연기론적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허무맹랑한 주장에 넘어가는 것은 어리석기 때문입니다.

서암언 화상이 매일 같이 자신을 향해 주인공아! 부르고 나서 스스로 속지 말라 하곤 네! 네! 답한 것은 자기점검의 일상이라 하겠습니다. 인간사회는 복잡다단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심리적으로도 갈수록 심층적이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내 몸짓 하나, 말 한 마디, 생각 한 번이 더욱 소중하고 의미있는 가치를 띠게 됩니다. 특히 연기법의 가르침에서 보자면 모든 행위와 마음이 진실하고 진중해야 할 것입니다. 점검은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미리 마음과 해야 할 행동을 점검한다면 그것이 곧 보살행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난해한 복잡 구조를 띠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을 매일같이 점검한다면 맑고 투명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행복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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